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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600만원짜리 과외 / 조일준

등록 2006-08-20 20:57

조일준 여론팀장
조일준 여론팀장
유레카
본디 교육은 가정교육이나 개인교습(튜터링), 즉 사교육에서 출발했다. 공교육이 보편화한 것은 19세기 근대국가 성립 이후다. 그러나 국가가 교육을 관장하려는 사상과 제도는 고대사회에서부터 있었다. 스파르타의 전체주의 교육이나 동양 전제군주제에서 교육의 국가 관리가 그렇다. 그럼에도 공교육이 모든 교육수요를 아울렀던 적은 역사상 한 번도 없었다.

고대 그리스의 소피스트들은 논변술을 가르치고 보수를 받았던 최초의 직업교사들이다. 플라톤의 대화편을 보면, 당대의 소피스트인 히피아스는 소크라테스에게 얼마나 많은 돈을 긁어모았는지 자랑한다. “난 순식간에 시칠리아에서 150미나를 벌었고, 더구나 그 중 20미나는 달동네인 이니코스에서 벌었소.” 화폐 단위이자 무게 단위였던 1미나는 요즘 금값으로 환산하면 830만원 정도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어학원이 고교생 2개월 수강료로 600만원을 받다가 적발됐다. 미국의 대입 수능시험인 에스에이티(SAT) 준비반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25만원이었다. 올 상반기 소득 최상위 10%의 월평균 사교육비는 31만6천원으로, 최하위 10% 계층 3만1천원의 10배를 넘어섰다. 한국처럼 극심한 학벌·경쟁사회에서 과외는 ‘죄수의 딜레마’처럼 필연적 선택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있다. 학습능력이 같은 갑과 을이 각기 과외 여부를 결정할 때, 상대의 선택과 학습비용에 상관없이 과외 받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된다는 것이다.

영국 사회사상가 존 러스킨은 말했다. “교육의 참된 목적은 사람들에게 선한 일을 하는 데에서 기쁨을 발견하도록 하는 데 있다. 또한 정의를 지키게 할 뿐 아니라 정의를 목마르게 희구하도록 하는 데 있다.” 세상 물정 모르는 19세기 청교도 집안 출신의 말일 뿐인가.

조일준 여론팀장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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