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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해적 / 조일준

등록 2006-08-03 18:46

조일준 여론팀장
조일준 여론팀장
유레카
기원전 8세기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는 트로이전쟁의 영웅 오디세우스가 귀향하기까지 고난과 모험의 10년을 그린 대서사시다. 해적이 등장하는 가장 오래된 문헌이기도 하다. 오디세우스는 키르케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들을 해적으로 오인하고 공격했다가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고대 지중해 동부와 에게해는 해상무역으로 번성했던 만큼이나 해적들의 활약(?)도 왕성했다. 로마 영웅 카이사르도 젊은 시절 해적들에게 붙잡혔다가 거액의 몸값을 주고 풀려났다.

8∼10세기에는 노르만족(바이킹)이 북유럽 바다를 휩쓸었고 12세기에는 슬라브 해적이 발트해를 장악했다. 해적은 때로는 국가나 지방권력과 공생했다. 16세기, 신대륙과 식민지 패권을 다투던 영국과 스페인은 자국의 뱃사람들에게 적대국의 선박을 약탈해도 좋다는 특허를 주었다. 17세기에는 아메리카와 유럽을 오가는 배들을 노린 해적이 나타났다. 카리브해를 중심으로 한 ‘캐리비언의 해적’이 유명하다. 해골과 뼈로 공포감을 주는 해적 깃발은 유럽에서 카리브해로 무대를 옮긴 프랑스 출신의 임마누엘 와인이 최초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대 아라비아와 중국도 해적들의 해상 약탈과 연안도시 습격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이슬람 성전 <코란>에도 ‘모든 배를 강탈하는 왕’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해적은 극악무도한 약탈자라는 부정적 이미지에, 동화적 상상력의 해적문학들에 힘입은 낭만적 이미지가 겹쳐있다. 그러나 오늘날 해적의 상당수는 사실상 ‘똘마니형 해적’에 가깝다. 동원호가 납치됐던 소말리아와 말라카 해협 등이 주무대다. 노엄 촘스키는 국제 테러리즘의 실체와 미국의 두 얼굴을 파헤친 <해적과 제왕>에서 알렉산드로스대왕에게 붙잡힌 한 해적의 항변을 예로 든다. “난 그저 작은 배 한 척으로 그 짓을 하기 때문에 도둑놈 소릴 듣고, 당신은 거대한 함대를 이끌고 그 짓을 하기 때문에 제왕이라고 불리는 것뿐이외다.”

조일준 여론팀장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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