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칼럼
요즘 누구나 노무현 대통령을 욕한다. 열린우리당 사람들도 노 대통령을 ‘씹느라’ 정신이 없다. 5·31 지방선거에서 지고, 7·26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진 것이 다 노 대통령 탓이다.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도 노 대통령의 능력 부족 때문이란다.
특히 김병준 교육부총리 사태가 상징하는 노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두고서는 거품을 문다. 서슴없이 ‘코드 인사’라고 몰아붙인다. 이들에게는 노 대통령을 쫓아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그래서 민주당과 합당을 하고 반한나라당 연합을 구축해서 내년 12월에 건곤일척의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그런가? 정말 노 대통령이 모든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일까? 뭔가 좀 이상하다.
인사 문제를 놓고 따져 보자. 객관적 사실은 열린우리당 사람들의 지적이 옳다. 노 대통령은 확실히 ‘폐쇄형 돌려막기’ 인사를 하고 있다. 경륜이 없는 젊은 측근들이 인사에 너무 깊숙이 개입한다는 지적에도 일리가 있는 것 같다.
역지사지. 한번쯤 노 대통령의 시각에서 생각해 볼 필요는 없을까? 청와대의 이른바 386이라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다. 답변은 간단하고 명료했다. “우리는 온통 적들에게 둘러싸여 있다. 누구를 믿을 수 있겠나!”
열린우리당도 못 믿나? 섬뜩한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수구세력과 사투를 벌일 때 그들은 무엇을 했나. 언제 우리 등에 칼을 들이댈지 모르겠다.” 하긴 열린우리당 쪽의 ‘작당’을 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만 모르고 있을 리는 없다. 여당과도 맞서 싸울 수 있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노 대통령에게는 필요하다. 측근 인사 전진배치의 배경이다.
여당은 노 대통령에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씌워 쫓아내려 하고, 노 대통령은 그런 여당을 의심하며 더욱 쪼그라들고 있는 셈이다. 바로 이런 것을 악순환이라고 한다. 어쩌다가 현직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대통령이 여당 총재를 겸하던 때가 있었다. 당의 인사와 돈줄을 쥐고 흔들었다. ‘제왕적 총재’라고 했다. 국회의원은 대통령의 하수인이었다. 당연히 당정은 일체였다. 폐해가 심각했다. 김영삼 김대중 대통령 시기를 거치며, 정치적으로도 점차 문제가 드러났다. 대통령 지지도 하락이 여당의 추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정치인과 학자들은 당정분리를 해법으로 내놓았다. 대통령은 당의 일에 개입하지 않고, 당은 대통령의 일에 개입하지 않기로 했다. 문제가 해결되는 듯했다.
아니었다. 당정분리는 정당정치, 책임정치의 원리와 어긋난다. 현실적으로도 국민들은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한덩어리로 인식하고 있다. 겉으로는 아닌 척했지만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서로 일에 관여했다. 당정분리는 사기였다. 사실은 영남 출신 대통령과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둔 여당의 권력분점 장치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정의 난맥은 당정 갈등에 상당 부분 원인이 있다. 어차피 제왕적 총재의 시절은 갔다. 내년에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당정분리는 자동적으로 된다. 지금은 당정이 일체가 되어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국민들 먹고사는 데 여야가 따로 없다. 하물며 청와대와 여당이 으르렁대면 무슨 일인들 제대로 되겠나.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믿어야 하고,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을 존중해야 한다.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제발 부탁인데, 싸우지 말라. 당정의 분열을 야당도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당정갈등으로 국정이 파탄나면, 내년 대선에서 이겨도 부실정부를 넘겨받게 된다. 물론 그보다는 당장 나라와 국민이 불행해지는 것이 문제다. 비극은 막아야 한다. 선임기자 shy99@hani.co.kr
아니었다. 당정분리는 정당정치, 책임정치의 원리와 어긋난다. 현실적으로도 국민들은 대통령과 집권여당을 한덩어리로 인식하고 있다. 겉으로는 아닌 척했지만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은 서로 일에 관여했다. 당정분리는 사기였다. 사실은 영남 출신 대통령과 호남에 정치적 기반을 둔 여당의 권력분점 장치에 불과했는지도 모른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국정의 난맥은 당정 갈등에 상당 부분 원인이 있다. 어차피 제왕적 총재의 시절은 갔다. 내년에 대선 후보가 선출되면 당정분리는 자동적으로 된다. 지금은 당정이 일체가 되어 국정을 이끌어야 한다. 국민들 먹고사는 데 여야가 따로 없다. 하물며 청와대와 여당이 으르렁대면 무슨 일인들 제대로 되겠나.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믿어야 하고, 열린우리당은 노 대통령을 존중해야 한다. 머리를 맞대야 한다. 제발 부탁인데, 싸우지 말라. 당정의 분열을 야당도 마냥 좋아할 일이 아니다. 당정갈등으로 국정이 파탄나면, 내년 대선에서 이겨도 부실정부를 넘겨받게 된다. 물론 그보다는 당장 나라와 국민이 불행해지는 것이 문제다. 비극은 막아야 한다.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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