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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에버랜드, 네번째 기적은 가능할까? / 김회승

등록 2006-08-01 19:33

김회승 논설위원
김회승 논설위원
아침햇발
삼성에버랜드의 전환사채 헐값 발행을 둘러싼 법적 공방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1심에서 배임죄 유죄 판결을 받은 전·현직 사장은 결심 공판을 앞두고 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부자와 이학수 부회장,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 등 이른바 피고발인 ‘빅4’의 소환 조사도 임박했다.

이 사건은 2000년 일군의 법학자들이 이 회장 등 관련자 33명을 배임혐의로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세금 없는 대물림과 경영권 편법 승계를 좌시할 수 없다는 학자적 양심의 발로였다. 국내 최대 재벌을 상대로 한 힘겨운 싸움의 시작이었다. 검찰 수사는 예상대로 지지부진했다. 3년 동안 손을 놓은 채 폭탄 돌리기를 하다 공소시효를 불과 하루 앞두고 부분 기소라는 편법을 썼다. 훗날 최악의 책임을 피하려 시효를 정지시킨 고육책이었다.

재판 역시 순탄치 않았다. 1심 결심 공판이 끝났는데도 선고는 차일피일 미뤄졌다. 결국 재판부가 바뀌고 변론이 재개되는 일까지 빚어졌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새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 사실을 대부분 인정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유죄 판결로 검찰은 싫든 좋든 남은 피고발인에 대한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졌고, 이 회장을 비롯한 핵심 관련자들의 추가 기소를 저울질할 단계까지 온 것이다.

한 경제학자는 에버랜드 사건을 두고 ‘세 번의 기적’을 겪었다고 표현했다. 법학자들의 고발이 첫번째 기적이요, 둘째는 검찰의 시효 정지, 셋째가 1심 유죄 판결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려 세차례의 기적에도 삼성은 전혀 불리해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우군만 갈수록 늘어간다.

우선 항소심 재판부의 심경 변화가 예사롭지 않다. 재판부는 결심이 예상된 지난달 공판에서 이례적으로 석명권을 행사했다. 공모 정황이 아니라 사실 관계와 증거를 대라고 검찰을 다그쳤다. 1심 선고에 논리적 비약이 있다고도 했다. 애초 피고인의 공모 여부에는 관심이 없다던 태도와는 사뭇 달라진 것이다. 조폭 수사로 치면, 마치 두목한테서 행동 대원이 총대를 메기로 했다는 자백을 받아내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핵심 공모자를 한 차례도 조사하지 않은 채 정황만 들이대는 검찰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 그러나 관련자들이 부인하는 한, 공모 혐의를 구체적인 사실 관계로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재판부가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한 법률적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의심 또한 떨칠 수 없다.

더 중요한 변수는 정권 말기의 친재벌 기류다. 얼마 전 두산그룹 총수 일가는 집행유예로,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보석으로 풀려났다. 이른바 경제사범에 대한 광복절 대사면도 굳어지는 분위기다. 삼성은 쏠쏠한 실리를 챙겼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생보사 상장안이 그것이다. 삼성생명 상장의 숙원을 푸는 동시에 천문학적인 상장 차익까지 예상되는 터다.

대선은 1년 남짓 남았지만 재벌을 향한 권력의 추파는 이미 시작됐다. 에버랜드 수사 부진을 질책했던 천정배 전 법무부 장관은 핵심 피고발인 처리를 앞둔 결정적 순간에 장관직을 사퇴했다. 호통만 치면 됐지 굳이 매를 들어 눈밖에 날 일이 없지 않았겠는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은 더 화끈하다. 아예 재벌과의 ‘뉴딜’을 통해 출자총액 제한도 풀고 경영권 안전장치도 만들어 주겠다고 공언한다. 대선 승리가 곧 개혁이라는 이들한테, 재벌을 등지고 선거를 치르라고 주문하는 건 아무래도 무리인 듯싶다. 그렇다면 어쩌겠는가. 또한번의 기적을 기대하는 수밖에.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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