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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징크스 / 김회승

등록 2006-06-11 18:08

유레카
엊그제 막이 오른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개막전 징크스가 깨졌다. 전 대회 우승국 등 강팀들이 첫 경기에서 약팀한테 맥을 못춘 전례가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 아마도 개최국은 16강에 오르지 못한 적이 거의 없다는 홈팀 징크스의 힘이 더 셌던 모양이다.

징크스는 고대 그리스에서 마술에 쓰던 새의 이름에서 따온 것으로, 통상 불길한 징후나 대상을 일컫는다. 스스로 제어할 수 없는 상황이나 결과를 대비하기 위한 자기암시의 일종이다. 객관적인 인과관계를 설명할 수 없는 주술적 원인에 기대려는 정당화 욕구, 쉽게 말해 ‘네탓 심리’이기도 하다. 운동선수나 정치인, 예술가 등 직업적으로 끊임없이 승패에 직면해야 하는 이들한테 유독 징크스가 많은 이유다.

평범한 이들 또한 크고 작은 징크스를 달고 산다. 라디오를 틀면 좋아하는 곡은 늘 마지막 부분이 나오고, 먹고 싶은 초콜릿은 쇼핑백의 맨 밑바닥에 있다는 식이다. 미신이나 금기는 이런 징크스가 사회 전체로 퍼져 굳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징크스는 한번 확립되면 강박관념으로 강화되기 쉽고, 이를 깨면 심리적 불안에 빠져 쉽게 저항하기 힘들어진다. 애용하던 볼펜이 없으면 불안감 때문에 시험을 망치는 사례 등이 그렇다. 이러다 보면 종종 ‘학습된 무력감’에 빠져 징크스에 도전하기보다는 순응하려는 경향으로 흐르게 된다.

토고와의 첫 경기를 앞둔 한국 축구 대표팀도 ‘유럽 징크스’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 열린 역대 월드컵 종합 전적이 1무7패인데다, 대회 직전 유럽에서 벌인 두 차례 평가전 성적도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한 프로야구팀은 ‘우리는 왜 안돼!’라는 캠페인까지 벌인 끝에 86년 동안 지속된 ‘저주’를 풀고 월드시리즈를 껴안았다.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것 아닌가.

김회승 논설위원 honest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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