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레카
1952년 미국의 한 남자가 덴마크에서 여자로 다시 났다. 유전자가 결정한 성을 인간이 바꾼 최초의 근대적 성전환 수술이란다. 서기 200년께 로마 황제 엘라가발루스는 알렉산드리아의 외과의사에게 여성 성기를 만드는 하복부 절개수술을 받은 뒤 총애하던 남자 노예와 결혼했다는 이야기도 전해온다.
지구상에 생명체가 출현한 것은 약 38억년 전, 단성생식이 양성생식으로 진화한 것은 15억년 전께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유전적 다양성이 보장됨으로써 개체의 번식·생존 확률을 높이고 고등생물로 진화하는 속도도 빨라졌다.
태아의 성별은 부(XY) 와 모(XX)로부터 하나씩 물려받은 성 염색체로 결정된다. 그러나 간혹 XYY, XXX, XO, XXY, 자웅동체 따위의 ‘간성’(intersex)이 나오기도 한다.(<이인식의 성과학탐사>)
트랜스젠더는 ‘육체적 성과 정신적 성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으로 정의된다. 동성애와 혼동하는 경향이 많지만 이 둘은 전혀 다른 개념이다. 동성애나 이성애는 성적 지향성인 반면, 트랜스젠더는 후천적으로 습득된 성 의식이다. 현대 정신의학은 트랜스젠더를 ‘성 정체성 장애’로 본다. 원하는 성별로 살아가게 해주는 것이 곧 치료인 셈이다. 국내에만 3천~4천명으로 추정되는 이들은 사실상 사회적·법적 권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성전환자의 호적정정 청구건에 대한 첫 심리를 열어 의학계와 종교계로부터 찬반양론을 들었다. 1945년 스위스 법원이 성별 정정을 인정한 판결문의 한 대목은 이렇다.
“개인의 성별을 결정하는 것은 법이 아니다. 법은 그것이 개인과 사회에 최선의 이익이 된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아들이고, 이에 대해 법률적 효과를 부여해야 한다 … 개인의 실리학적인 성성의 선택으로 돌이킬 수 없는 수술이 행해진 경우, 사회는 그가 개인적인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방해할 권리가 없다. 무엇이 그들의 이익에 가장 부합하는가 하는 것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들의 이익과 사회의 이익이 충돌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