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시민편집인칼럼] ‘개혁’ 신기루와 지역주의

등록 2006-05-08 21:10수정 2006-06-09 15:02

홍세화  시민 편집인
홍세화 시민 편집인
홍세화의 시민편집인 칼럼
“지금까지 철학자들은 세계를 해석했을 뿐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세계를 바꾸는 것이다.” 카를 마르크스의 유명한 말이다. 하지만 올바른 현실인식 없이 올바른 변화를 모색하거나 실천할 수 없다. 〈한겨레〉가 한국 사회의 진보를 지향한다고 할 때, 그것은 사회현실을 올바로 인식할 때 그 지평이 열릴 것이다. 그렇다면 한겨레는 5·31 지방선거와 관련하여 지역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을 충분히 갖고 있을까?

언제부턴가 한국 언론에서 지역주의 망령에 대한 경각심을 찾기 어려워졌다. 취임 당시 지역주의 극복을 임기 중 가장 중요한 과제로 내세웠던 노무현 대통령이 대연정을 제안했다가 한나라당의 반대로 무산되었는데, 이런 과정에서 한국 언론은 점차 지역주의가 사라지기나 한 듯한 보도 태도를 보였다. 한겨레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개혁에 의한 지역주의 극복’이라는 과제가 개혁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고 하여 그 과제 또한 함께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개혁이 사라졌다는 것은 거대 여야 정당 사이에 차별성이 없어졌다는 것을 뜻하며, 이런 환경에서 지역주의는 잠들었다가도 되살아날 수 있다. 언론들은 이에 대해선 눈감은 채 정책 없는 ‘이미지’ 정치니 ‘이벤트’ 정치니 비판하면서 자신의 책무를 다하는 듯하지만, 이는 지역주의에 의한 선거를 가리는 구실을 할 뿐이다.

대부분의 유권자들은 후보자들이 내세우는 공약에도 별 관심이 없다. 공약이 헛공약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게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이 그 대표적이며 가까운 보기가 될 것이다. 따라서 한겨레는 후보자들이 내거는 공약의 실현 가능성을 점검하는 데 머물러선 안 된다. 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세웠던 공약이 집권 뒤 어떻게 무시되었는지 점검하는 기획기사를 내보내면서 공약이 헛된 공약으로 가는 것을 막을 방도를 찾는 치열성을 보여줘야 마땅하다.

이 땅의 지역주의는 극복되지 않았다. 이번 지방선거도 지역주의 선거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번에도 정당 깃발만 꽂으면 당선되는 영남 지역뿐만 아니라 영호남 출신이 많은 서울·인천·경기 지역에서도 지역주의는 당락을 결정할 만큼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게다가 한나라당은 그대로인데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분열된 점으로 볼 때, 위 지역의 지방선거는 이미 끝난 것이나 진배없다. 지난 선거에서 승리했던 한나라당이 이번에 질 까닭이 무엇인가? 한겨레는 왜 이 간단한 숫자놀음을 말하지 않는가. 개혁에 대한 미련 때문인가, ‘악재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의 지지율이 왜 떨어지지 않느냐’고 묻고 있으니.

여야 거대정당은 지역만 다를 뿐, 비정규직 문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서, 새만금에서, 대미관계에서 차이를 발견할 수 없다. 요즘은 ‘전향한 자가 더 무섭다’라는 말 그대로, ‘선무당이 사람 잡는’ 형국마저 보여주고 있다. 대추리에서 벌인 ‘작전’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람이 나만은 아닐 것이다. 이에서도 한겨레의 보도는 치열성을 보여주지 못했다. 마치 ‘좌파 신자유주의’가 ‘좌파’이므로 신자유주의를 거리낌 없이 펼칠 수 있다’는 의미라는 듯한 상황에서, 또 ‘반미면 어떠냐’라고 했기에 평택 주민들과 인권평화 활동가들을 80년 광주식으로 진압하는 일도 마다지 않을 수 있다는 듯한 상황에서, 한겨레가 보여주고 있는 일련의 미진함이 지역주의에 대한 인식처럼 ‘안이함’이나 ‘보잘것없음’에서 비롯된 게 아니길 바란다.

홍세화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