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한다는 뜻이다. 긍정적인 결과를 얻은 ‘발명’만이 혁신으로 간주된다. 비슷한 단어로 ‘개혁’이나 ‘쇄신’을 떠올릴 수 있으나, ‘잘못된 묵은 것’을 버린다는 의미의 ‘쇄신’이나 ‘개혁’이 ‘과거의 잘못’ 위에 두 발 딛고 있다 보니 ‘혁신’이 더 미래 지향적이다. 그래서 기술 분야에는 ‘혁신’이란 단어가 자주 붙는다. 혁신을 뜻하는 영어 단어인 ‘이노베이션’(innovation)은 기업의 사명부터 부서명까지 인기가 높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주관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산업 기술 박람회인 시이에스(CES)는 해마다 최고의 제품을 선보인 기업에 ‘혁신상’을 준다. 세계를 선도할 혁신 기술과 제품에 주는 상으로, ‘시이에스 최고의 영예’로 불린다. 올해 행사는 9일부터 12일에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쳐지는데, 전세계 151개국에서 몰려든 3천여 기업이 열띤 경쟁을 벌인다.
이 행사가 시작한 1967년부터 해마다 전시장에 등장한 ‘혁신’은 우리 삶을 바꿔왔다. 1967년 휴대용 트랜지스터라디오와 리모컨은 우리에게 라디오나 텔레비전 감상 중 움직임의 자유를 줬다. 1968년 컴퓨터 마우스의 등장으로 입력 장치의 신세계가 열렸고, 1970년 등장한 비디오카세트리코더(VCR)는 우리가 영화를 감상하고,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저장하는 방식을 크게 바꿨다. 특히 당시 필립스가 시이에스에서 선보인 브이시알 ‘N1500’은 가정용으로 크기를 줄이고 가격을 크게 낮춰 ‘비디오 시대’를 열었다.
1981년 캠코더는 가족과 친구들의 추억 기록 방식을 바꿨다. 1982년 시이에스에 전시된 ‘코모도어64’ 컴퓨터는 ‘개인용 컴퓨터’(PC) 시대를 열어젖혔다. 물론 우리 기억 속, 집 안에 컴퓨터가 ‘생긴’ 사건은 대개 1990년대에 벌어졌지만 말이다. 1996년에는 ‘디지털 다목적 디스크’(DVD)가, 1998년에는 아날로그 전송 방식에서 벗어난 고화질(HD) TV가 등장해 위성 디지털 방송 시대가 열렸다.
이렇듯 기술의 혁신은 우리 삶의 풍경을 바꾼다. 오는 12일까지 라스베이거스에서 펼쳐질 혁신의 향연은 또 이후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행사장에 전세계의 시선이 쏠려 있는 이유다.
임지선 빅테크팀 기자 sun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