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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중대재해처벌법에도 사망자 늘었다’는 거짓말

등록 2023-12-27 09:00수정 2023-12-27 12:10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20년 11월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산재로 사망한 99명의 영정을 의자에 놓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2020년 11월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산재로 사망한 99명의 영정을 의자에 놓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하는 집회를 하는 모습.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세상읽기]

임재성|변호사·사회학자

‘일하다가 죽지 않을 권리’를 위해 2022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 그 중대재해처벌법을 둘러싼 또 한번의 큰 싸움이 진행 중이다. 이 법은 상시근로자 50인 미만(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 2년간 적용이 유예되었다. 그 유예 종료시점인 2024년 1월이 다가오면서 유예를 ‘더 연장해야 한다’와 ‘사망자 대다수가 발생하는 곳이 50인 미만 사업장인데, 더는 연장해선 안 된다’ 사이 논쟁이 치열하다.

이 글은 이 논쟁에서 실증적 논거를 하나 제시하고자 한다. 중대재해법과 관련해 우리 사회에 팽배한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다. ‘중대재해법에도 불구하고 사망자가 늘었다’라는 오해다. 사실이 아니다.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퍼진 이 허위사실은 ‘중대재해법 무용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중대재해법 이후 사망자는 분명히 줄어들었다.

첫번째 오해의 줄기는 2023년 1월19일 발표된 고용노동부 통계다. 중대재해법 시행 1년이 지난 시점의 통계였기에 많은 주목을 받았다. 당시 통계에 따르면 재해조사 대상 사망자는 ①전체적으로는 2021년 683명보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2022년 644명으로 39명(5.7%) 감소했지만 ②법이 유예 없이 시행된 상시근로자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대금 50억원 이상)에 한정하면 8명 증가했다. 이 8명 증가가 ‘사망자 증가론’의 시작이었고, 조선일보는 최근 사설에서도 이 통계를 인용하며 중대재해법이 예방 효과를 갖지 못했다 주장했다.

시행 1년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 전체 사망자 39명 감소였음에도,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 8명 증가만을 근거로 ‘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증가’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한지 의문이지만, 8명 증가 자체도 사실이 아니었다. 노동부는 지난 1월 통계를 발표하며 보도자료 말미에 ‘이번 통계는 잠정 통계’이고 ‘2023년 12월 말 통계를 확정’하겠다 기재했다. 그 확정 통계가 지난 20일 고용노동부 누리집에 등록되었다. 그 어떠한 보도자료도 없이.

2023년 12월20일 고용부 확정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재해조사 대상 사망자 중 50인 이상 사업장 사망자는 247명이다. 지난 1월 발표한 잠정 통계 256명에서 9명 줄어들었고, 2021년과 비교해서도 1명 줄었다. 결국 8명 증가가 아니라 1명 감소다.

두번째 오해의 줄기는 분명한 통계가 잘 알려지지 않고, 왜곡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문제가 된 통계는 2021~2022년치이고, 중대재해법 시행 2년차인 2023년 통계도 당연히 쌓이고 있다. 노동부 발표 2023년 1~3분기 재해조사 대상 사망자는 2022년 같은 기간 대비 51명(10%) 줄어든 459명이고, 50인 이상 사업장에서도 10명이 감소했다. 법 시행 1년차, 2년차 모두 전년보다 일하다 죽는 사람이 줄어들었다.

공식 통계에도 보도는 영 엉뚱하다. “법 시행 이후 산업재해 피해자와 사망자 모두 늘었다”와 같은 중앙일보 사설이 대표적이다. 어떻게든 ‘논란’으로 만들어보려는 시도도 계속된다. 공식 통계에도 불구하고, 작업장 신고를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사망사고 속보’를 별도로 계산해서 ‘단독’까지 달며 ‘2년간 사망사고 더 늘었다’라고 보도하는가 하면(매일경제), 50인 이상 사업장의 전체적인 사망자 감소에도 불구하고 굳이 건설업만을 특정해 ‘사망자 증가’라 부각하기도 한다(문화일보).

세번째 오해의 줄기는 안타까운 무지다. 중대재해법을 폐지하고 싶고, 적용 유예도 연장하고 싶은 이들이 별다른 지식 없이 2천명 단위 산업재해 사망자 전체 통계를 근거로 ‘중대재해법은 무용했어! 사망자 증가하잖아!’라고 외치는 모습이 국회에서, 언론에서 빈번하게 확인된다. 2022년 통계청은 ‘사업주의 안전보건 조치 의무를 위반한 사고사망 파악’을 위해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 통계항목을 신설했다. 앞서 다룬 모든 논쟁에서 등장한 사망자 수치가 그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현황’ 숫자다. 중대재해법 논의를 하면서 예방조치를 기대하기 어려운 재해까지 합해진 기존 통계를 언급하는 것은 무용하고, 왜곡이다.

사람의 목숨이 달린 정책이다. 그 어떤 정책보다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1년10개월이 지났는데 법 적용 사업장에서 오히려 산업재해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한다”(서울경제)는 허위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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