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명품(사치품) 브랜드 중 하나인 ‘디오르’(Dior)는 ‘프랑스의 자존심’으로 불린다. 1946년 디자이너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파리 몽테뉴 거리 30번지에 연 부티크가 그 시초인 디오르는 여성성을 강조하는 우아함을 전면에 내세운 ‘뉴룩’을 창시했다. 곡선을 살린 풍성한 치마, 허리를 조이는 벨트, 둥글게 솟은 어깨 등으로 대표되는 디오르는 “세계대전 이후 다시 아름답고자 하는 여성의 욕망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디오르는 향수 ‘미스 디오르’(1947년)와 립스틱 ‘루즈 디오르’(1953년)를 잇따라 성공시키며 하이엔드 명품으로 우뚝 섰고, 크리스티앙 디오르는 패션 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프랑스 최고 권위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까지 받았다.
1984년 건설 재벌 2세인 베르나르 아르노가 인수하면서 ‘모에에네시루이뷔통그룹’(LVMH)에 속하게 된 디오르는 국내에서도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 지난해 디오르의 국내 매출은 전년도에 견줘 52% 증가한 9305억원에 달해 전체 명품 중 루이뷔통·샤넬에 이어 3위에 올랐다. 영업이익 역시 전년도 2115억원에서 3238억원으로 53% 늘었다.
디오르는 한국과 연관성도 많다. 디오르의 글로벌 앰배서더(홍보대사)는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다. 그는 2021년부터 전세계에서 ‘디오르의 얼굴’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엔 한국인 최초로 디오르의 패턴 디자이너가 된 임세아씨가 방송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2020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샬리즈 세런(샤를리즈 테론), 제니퍼 애니스턴, 다코타 패닝 등이 입은 드레스를 만들었다. 최근엔 디오르가 소속된 모에에네시루이뷔통그룹의 후계자 프레데리크 아르노와 블랙핑크 리사의 열애설이 연예계를 달구기도 했다.
하지만 사치품엔 전혀 관심 없던 사람들에게까지 ‘디오르’를 각인시킨 사건은 따로 있다. 바로 김건희 여사의 ‘디오르 가방 수수 사건’이다. 김건희 여사가 지난해 9월 재미 통일운동가인 최재영 목사로부터 300만원 상당의 디오르 가방을 받는 영상이 최근 공개돼 나라가 시끄럽다. 참여연대 등은 청탁금지법 위반,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김 여사를 고발한 상태다. 물론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몰카 공작” 운운한 것에서 보듯 제대로 된 수사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다만, 한가지 확실한 건 국내에서 디오르는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 대신 구린내를 풍기는 이 사건으로 끝없이 세간의 입길에 오르내릴 것이라는 점이다.
유선희 산업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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