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전이 문 닫는다. 만성 적자 때문이다. 1991년 학전을 열어 지금껏 끌고 온 김민기 대표는 암 투병 중이다.
2015년 한겨레 인터뷰에서 김민기는 학전을 ‘돈 안 되는 일’이라 했다. 평생 돈 안 되는 일만 했다. 1970~80년대에는 다른 일을 하지 못해 공장 노동자로, 농사꾼으로, 막장 탄부로 살았다. 그러면서도 미술, 노래, 연극, 생활협동조합 한살림까지 그는 청년·공동체 문화의 자락이었다.
학전을 시작한 건 극단 연우무대 후배들 때문이었다. 180석 소극장은 ‘돈 안 되는 일’이다. 그러다 뮤지컬 ‘지하철 1호선’이 15년간 관객 71만명 초대박 히트를 쳤다. 2008년 중단했다. 그가 밝힌 이유다. “돈만 벌면 돈 안 되는 일을 못 할 것 같아서”. 그가 간 곳은 청소년·아동극이다. ‘돈 안 되는 일’이다.
무명 김광석이 기타를 든 곳도 학전이다. 그러나 땡볕 대로변까지 줄을 서자 바깥 대형 극장으로 내보냈다. 그러면서도 원작자에게 저작권료를 제대로 지급하고, 출연진 ‘서면계약’, ‘러닝개런티’ 제도를 도입했다. 학전이 처음이다. ‘돈 되는 일’은 떠나고, ‘돈 안 되는 일’, ‘돈 드는 일’을 하니, 결과는 당연하다.
김민기의 말이다. “쟁이는 ‘돈이 될지’는 따지지 않으면서, 딱 꽂히면 거기서 피할 수 없는 것”. 천생 ‘쟁이 팔자’ 김민기는 8년 전 자신의 목표를 “더 이상 빚낼 수 없어서 문 닫을 때까지 그 짓을 하는 것”이라 했다. 그렇게 됐다.
김성민 학전 팀장은 “어린이 공연 위주다 보니, 코로나 이전부터 감당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했다. 어린이 공연 입장료는 1만~2만원을 못 넘는다. 김 팀장은 ‘한달 월세 얼마냐, 직원 10명 인건비 포함 한달 경비 얼마냐, 월평균 매출 얼마냐’라는 학전스럽지 않은 질문에 “답하고 싶지 않다”고 학전스레 답했다.
내년 3월15일, 학전은 없다. 학전 출신 배우·가수들이 마지막 무대 ‘학전 어게인’(24.2.28~3.14)을 연다. 계획에 없던 일이다. 김광석이 있다면, 그도 함께했을 것이다. 학전 입구 벽에 김광석 노래비가 있다. “이 벽체 하나는 남겼으면 좋겠다”고 김민기가 말했다 한다.
‘학전’을 추억 삼은 우리가, ‘학전’이 없어진다 하니, 이제사 돌아본다. 야속할 법도 하건만, 김민기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 누군가는 ‘돈 안 되는 일’을 해야 한다. 그 일을 김민기가 해줘 염치없이 고맙다.
권태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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