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편집위원의 눈] 김우경 | 에스케이(SK)이노베이션 피아르(PR) 담당 부사장
오늘날 모두가 이야기하는 전세계적인 위기 중 가장 심각한 건 뭘까. 아마도 ‘기후위기’가 아닐까 싶다. 실제 전세계적인 기후재난으로 이미 많은 사람이 직간접적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에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 등이 각자가 가진 역량과 자원, 기술을 최대한 활용해 기후위기의 원인인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런 기류 속에 최근 언론에서는 기업의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에 대한 관심이 높다. 기후위기를 해결해야 한다는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생산활동 과정에서 실제로는 탄소감축 효과를 거두지 못하면서도 껍데기만 그럴싸하게 포장해 대중에게 긍정적 인식을 심어주려는 기업들의 행태를 바로잡기 위해서다.
한겨레 또한 기후위기나 그린워싱과 관련한 기사들을 꾸준하게 보도하고 있다. 다른 매체에서는 다루지 않는 기후 문제와 관련한 국제사회의 동향을 비롯해 국내 독자들에게 경각심을 일깨워줄 수 있는 기사들을 한겨레 독자의 한명이자 에너지 기업의 피아르(PR) 담당 임원으로서 유익하게 보고 있다.
위장 환경주의에 대한 엄중한 감시는 한겨레의 큰 장점이다. 하지만 기후위기라는 전지구적 문제 해결에 동참하기 위한 기업들의 선제적인 노력을 이해하고, 현재는 부족하더라도 새로운 기술 개발과 시도를 독려하는 사회적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그 와중에 실수나 부족함이 있을 수 있겠으나 이를 언론과 사회에서 과도하게 비판하면, 기업의 탄소감축 활동이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첫술에 배부르랴’라는 옛말도 있지 않은가.
야외에 있다가 날이 더우면 가만히 있기보다는 좀 더 덥고 힘들더라도 몸을 움직여 그늘로 이동하든, 우물을 찾아 물을 마시든, 무엇이든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길을 잘못 들어 몸이 더 괴로워질 수도 있겠으나 제자리에 서서 땡볕을 맞고 있는 것보다는 낫다.
나는 한겨레가 기후위기나 환경문제 등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노력에 대해 비판만큼 칭찬도 해주기를 기대한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는 기업이 비판을 피하는 구조가 아니라, 앞장서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는 기업이 인정받는 구조가 만들어졌으면 한다. 비판과 함께 건설적인 관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함께 제시되면 대중과 독자는 물론 당사자인 기업도 언론의 지적에 공감하고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기후위기는 더는 환경보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탄소기반 산업 구조를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미래 신성장 산업 육성의 촉매로서 작용하고 있다. 미국 등 전세계가 전기차, 재생에너지 등 저탄소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으며, 명분과 실리를 모두 갖춘 이와 같은 움직임은 시장과 산업을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국내 기업들 또한 이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 중이다. 최근 한 환경단체 연구원이 국내 기업 한곳의 탄소 발생 문제를 점검하기 위해 연구를 진행하다 ‘이 정도로 노력하기도 쉽지 않다. 인정할 만하다’는 개인적인 의견을 주변에 전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세상에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위기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으로 이 글을 시작했는데, 특정 주제에 대해 비판 일변도인 언론의 관점 또한 하나의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기에 대처할 수 있는 것은 용기다. 용기는 담보된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의 가능성을 안고 도전하는 자세다. 전지구적인 기후위기에 맞서 우리는 과연 용기를 북돋는 사회인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열린편집위원의 눈’은 열린편집위원 7명이 번갈아 쓰는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