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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윤 정부 1년 반, 휘청대는 국운 바로세울 시간 [아침햇발]

등록 2023-11-28 16:59수정 2023-11-29 02:43

영국 국빈 방문과 프랑스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편으로 귀국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 국빈 방문과 프랑스 방문 일정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26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공군 1호기편으로 귀국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아침햇발] 손원제 | 논설위원

 요즘 국운에 대해 종종 생각하게 된다. 거침없이 뻗어가던 나라의 기운이 언제부턴가 활력을 잃고 흔들리는 듯 보여서다.

대한민국은 단단하고 당당한 나라, 매력적인 국가로 상승하고 있었다. 불과 얼마 전까지 ‘국뽕’ 과열이 우려됐을 정도다. 2021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한국을 선진국으로 공인했다. 1964년 기구 창설 이래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이 된 유일한 사례다. 세계사적 성취다. 코로나 위기에 대응하는 케이(K)-방역은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비티에스와 블랙핑크, ‘기생충’과 ‘오징어 게임’이 세계인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소프트 파워(연성권력)도 약진했다. 언론자유를 필두로 하는 민주주의 지수도 최상위 선진국 수준을 기록했다. 국가에 대한 국민 자부심도 치솟았다. 문재인 정부 말인 지난해 2월 한국리서치 조사에선 ‘나는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국민 비율이 76%에 이르렀다.

그랬던 국민 자부심이 불과 1년 반 만에 주저앉고 있다. 한국리서치의 지난 9월 조사에선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자랑스럽다’는 응답은 58%로 쪼그라들었다. ‘나는 다시 태어나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나고 싶다’(57%),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가는 것에 만족한다’(57%)는 응답도 각각 8%포인트, 15%포인트 꺾였다. 아마 지금은 더 줄었을 것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공동체가 광복 이후 쌓아온 성취와 진보가 최근 들어 일거에 무력화되고 있다. 2021년 세계 10위였던 경제 규모는 지난해 13위로 3계단 떨어졌고, 올해 경제성장률(국제통화기금 추정 1.4%)은 국제 경제 위기나 코로나 위기를 겪던 때를 빼면 역대 최저 수준이 될 전망이다. ‘잃어버린 30년’을 겪은 일본(2.0%)보다도 한참 낮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일본에 역전당한 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이다. 일본 언론에선 ‘한국은 끝났다’며 ‘피크 코리아’론까지 들먹인다. 한국 경제가 정점(피크)을 찍고 하락 기조에 들어섰다는 주장이다.

언론자유 지수도 후퇴하고 있다. 국경없는 기자회(RSF)가 지난 5월 발표한 2023년 ‘세계 언론자유 지수’ 순위에서 한국은 47위에 그쳤다. 48위가 수리남이었다. 문재인 정부에선 내내 41~43위를 오갔고, 3년 연속(2019~21년) 아시아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는 한술 더 떠 뉴스타파와 제이티비시(JTBC), 경향신문 등의 ‘윤석열 수사 무마 의혹’ 검증 보도에까지 검찰 특수수사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윤석열차’ 만평, ‘후쿠시마 오염수(를 마시는 윤 대통령) 포스터’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와 경찰의 과잉 대응은 대통령 부부의 명예를 보호하려는 국가기관 혼신의 노력이 어떻게 국민의 기본권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입만 열면 ‘자유’를 떠벌려온 대통령 치하에서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이 모든 퇴행과 추락이 단지 현 정부만의 탓은 아닐 수도 있다. 켜켜이 쌓여온 한국 사회의 모순이 분출하는 타이밍이 지금일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급격하고 전방위적인 국격과 국위 추락, 국운의 하강은 유례없다. 결국 가장 큰 책임은 윤 정부의 무능 아마추어 국정에 돌아갈 수밖에 없다.

실제 윤 대통령은 ‘어쩌다 대통령’의 한계를 유감없이 드러내고 있다.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내기는커녕 뜬금없는 이념 갈라치기로 분열을 부추겼다. 전 정부와 야당은 물어뜯으면서 김건희 여사 의혹엔 찍소리도 못 내는 검찰권 행사로 정의와 공정은 붕괴 상태다. 미-중 경쟁 속에 일방적 미·일 퍼주기와 편향적 가치 외교로 국익 훼손을 자초했다. 국가 미래가 걸린 연구·개발 예산은 사상 최대로 깎아놓고, 김포 서울 편입, 공매도 금지, 부자 감세 등 거꾸로 가는 포퓰리즘 정책은 남발하고 있다. 혹시 표 깎일라 연금개혁은 시늉만 내면서, 중대재해처벌법·노란봉투법 등 사회적 약자 보호엔 거품을 물고 반대한다. 오늘만 살고 내 편만 보는데, 영화 ‘아저씨’ 주인공 같은 ‘강강약약’ 아닌 ‘강약약강’이다.

총선이 다가오는 건 기회 요인이다. 정권의 폭주에 브레이크를 걸 시간이 될 수 있다. 여기서 실패하면, 퇴행을 넘어 반동이 우리를 덮치는 것도 시간문제일 수 있다. 지금은 야당 입법에 거부권만 쓰는 정도지만, 여당이 승리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야간집회 금지, 비판 뉴스 징벌, 상속세 폐지 법률이 한국 사회의 지형 자체를 바꿔놓을지 모른다. 지금이야말로 국운에 대해 곱씹어보기 좋은 때다.

won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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