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이철희 |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국가미래전략원 인구클러스터장
어머니를 돌볼 새 요양보호사를 구하지 못한 지 두주가 되었다. 이제 꽤 익숙해진 일이다. 과거에는 한분이 오래 근무하시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얼마 전부터는 다양한 이유로 오시는 분이 자주 바뀌고, 그만둔 자리를 채우기 어렵게 되었다. 동네 센터에는 사람이 없고, 사정이 나은 다른 지역 센터 보호사들은 먼 곳 방문을 꺼린다. 오래도록 어머니를 잘 돌보아줄 요양보호사를 만나기는 로또 당첨만큼이나 어려운 것 같다.
한국의 돌봄 문제는 이미 현실로 다가와 있다. 영유아, 장애인, 아픈 고령자와 그 보호자의 일상은 보육시설 교사, 요양보호사, 간병인의 돌봄에 힘입어 유지되고 있다. 돌봄 인력 공급이 양적·질적으로 부족해지면 돌봄 대상과 그 가족의 삶은 불편해지고, 황폐해지고, 심지어 무너질 수 있다. 경제적인 손실도 발생한다. 공적 돌봄의 공백을 채워야 하는 보호자들의 경제활동이 어려워지고 생산성이 저하된다. 특히 주된 사적 돌봄 제공자인 여성에게 더 무거운 짐이 지워질 것이다. 돌봄 서비스 공급 부족이 가져오는 아동 보육의 질 저하와 장애인·고령자의 건강 악화는 장기적으로 큰 사회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것이다.
미래 전망은 누가 우리를 돌볼 것인지 더욱 걱정하게 한다. 가파른 인구 고령화로 인해 노인 돌봄 수요는 급격하게 증가할 것이다. 현재 약 820만명인 65살 이상 인구는 2050년 약 1900만명으로 증가하고, 이 가운데 80살 이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23%에서 41%로 높아질 것이다. 필자와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이지혜 박사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현재 개인 및 가구의 특성과 돌봄 서비스 수요 간의 관계가 유지되는 경우, 인구·가구 구조 변화로 인해 2035년까지 전체 노인 돌봄 서비스 수요가 현재의 약 두배로 증가할 것이다. 돌봄이 필요해도 받지 못하는 고령자가 전체 수요자의 3분의 1에 이르는 현실을 고려할 때, 공적인 노인 돌봄 수요는 이보다 더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저출산 추이가 지속되는 경우 영유아 수는 장기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가구 특성의 변화로 아동 돌봄 서비스에서도 수급 불균형 문제가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맞벌이 가구는 외벌이 가구보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같은 시설 돌봄을 더 많이 이용하고, 돌봄 시간이 더 길며, 돌봄 비용을 더 많이 쓰기 때문에 이 유형 가구의 증가는 공적 아동 돌봄 수요를 증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필자와 이지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맞벌이 가구 비중이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수준으로 높아지는 경우, 영아 돌봄 서비스 수요가 현재보다 커지고, 시설 돌봄 서비스 수요의 비중이 늘어나며, 돌봄 시간과 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돌봄 서비스 수요는 빠르게 증가하겠지만, 현재 상황이 유지된다면 돌봄 서비스 공급은 탄력적으로 늘어나지 못할 것이다. 필자와 경희대 엄상민 교수는 근래의 노동시장 여건과 산업·기술 변화 추이가 유지되는 경우 나타날 장래 산업 및 직종별 노동력 공급과 수요 변화를 전망한 바 있다. 이 결과는 돌봄 서비스 인력이 포함된 사회복지서비스 분야에서 가장 큰 규모의 노동인력 부족이 발생하리라는 전망을 제공해준다. 노동인력의 산업 간 이동을 통해 수급불균형이 어느 정도 완화되더라도, 2031년까지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30만명 이상 추가적인 인력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삶을 시작할 때와 마무리할 때, 사람들은 예외 없이 누군가의 돌봄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가 충족되지 않는 미래상은 암울하다. 인구변화가 가져올 돌봄 문제에 관한 논의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사안의 심각성에 대한 명확한 인식도, 해결책을 찾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도 잘 보이지 않는다. 돌봄 서비스 수급 불균형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돌봄의 사회경제적 가치를 반영한 처우를 해줘 양질의 인력이 충분히 공급되도록 하는 제도적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일·생활 균형 강화, 건강관리 개선, 장애인·고령자 친화적인 생활환경 조성 등을 통한 돌봄 서비스 수요를 줄이는 노력도 중요하다. 어렵고 복잡한 정책 수립 과정과 길고 험난한 정치적 결정 과정이 필요한 일들인 만큼, 지금부터 총력을 기울여도 절대 이르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