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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한동훈 사투리, 비아냥 화법

등록 2023-11-26 15:10수정 2023-11-27 02:43

김재욱 화백
김재욱 화백

오스트레일리아 라트로브 대학 연구원 웨이 펑 등은 통신회사 텔스트라가 2016년 일으킨 두차례 서비스 장애 때, 트위터에서 일어난 반응을 연구했다. 이들의 분석에 따르면, 평소의 6배로 늘어난 트위트 가운데 넷 중 셋이 비판적인 내용이었다. 그 가운데 30%가량은 비꼬는 것이었는데, 이런 트위트는 단순히 비판적인 트위트보다 ‘마음에 들어요’와 ‘리트위트’ 반응을 더 많이 얻었다. 이성적인 비판보다 감정을 건드리는 비아냥이 동조 반응을 더 잘 이끌어낸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비아냥 화법을 자주 구사하는 야당 정치인으로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을 꼽을 수 있다. 정 의원은 지난 2월6일 국회 대정부 질문 때 한동훈 법무장관에게 “장관은 참기름, 들기름 안 먹고, 아주까리 기름을 먹어요? … 왜 이렇게 깐족대요?”라고 말했다.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게는 “72시간 후 집에 가셔야 되는데, 집에 가서 뭐 하실 생각이세요?”라고 물었다. 그는 2021년 10월5일 문화체육관광부 국정감사에서 사찰의 문화재 관람료 징수를 ‘봉이 김선달’에 비유했다가, 조계종이 전국승려대회를 열고 사퇴를 요구하는 등 거센 반발을 사기도 했다.

여권 인사 가운데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필적할 만한 사람이 없다. 그는 지난 21일 더불어민주당이 검사 탄핵을 추진하는 데 대한 의견을 묻자 “만약 어떤 고위공직자가 공직 생활 내내 세금 빼돌려서 일제 샴푸 사고 가족은 초밥 먹고 소고기를 먹었다면, 탄핵 사유가 됩니까?”라고 되물으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겨냥했다. 한 장관의 비아냥 화법은 ‘자신감을 갖고 상대를 깔아뭉개는’ 특징이 있다. 박주민 의원은 정부 기관의 수장인 장관이 한쪽 정치세력(여권)을 강하게 대변하는 ‘한동훈 사투리’라고 지적했다.

비아냥 화법은 상대에게는 모멸감을 안기고, 자신의 에토스(인물에 대한 신뢰)를 갉아먹는 약점이 있다. 하지만 상대편에 대한 혐오를 키우며, 자기 편끼리 똘똘 뭉치는 ‘정서적 정치 양극화’ 시대엔 지지자 결집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정청래 의원은 2016년 20대 총선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컷오프시켜 공천을 받지 못했으나 21대 총선에서 당선해 3선 의원이 됐고,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25.2%의 최다 득표로 최고위원이 되었다. 한동훈 장관은 여권 내 사실상 2인자로 내년 4월 총선을 지휘할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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