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농구(NBA) 엘에이(LA) 레이커스의 르브론 제임스는 당대 최고의 선수로 꼽힌다. 네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 경력에서 승패의 키를 쥔 그의 결정력을 짐작할 수 있다. 통산 득점 1위 기록은 현재진행형이다. 은퇴한 마이클 조던이 대중적 인기로 여전히 ‘황제’의 프리미엄을 누리지만, ‘킹’으로 불리는 제임스는 조던 너머를 꿈꾼다.
역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인 제임스는 ‘실책의 왕’이기도 하다. 최근 열린 피닉스 선스와 경기에서 30점 이상 올리며 팀 승리를 이끌었지만, 실책도 4개를 범했다. 미국프로농구 사상 통산 실책 5000개 고지(5003개)를 넘어섰다. 은퇴한 칼 말론의 2위 기록(4524개)과 격차가 크다. 경기당 평균 실책은 3.5개로, 통산 실책 3위의 현역인 러셀 웨스트브룩(평균 4.1개, 엘에이 클리퍼스)보다는 적다.
스타 선수들은 출장 경기 수가 많고, 공을 다루는 시간이 길다. 자기중심으로 경기를 풀어나가거나 ‘나 홀로 슛’을 남발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 하지만 조던이 1998년 미국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유타 재즈와 대결에서 터트린 ‘마지막 슛’이 명장면으로 팬들의 기억에 남아 있듯, 실책은 스타와 뗄 수 없는 장식품 같은 것이기도 하다. 국내 프로농구에서는 은퇴한 서장훈이 통산 실책 1위(1620개)지만 선수 시절 ‘국보급’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프로야구에서도 유격수는 수비를 가장 잘하면서 실수도 자주 범한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엘지 트윈스에 29년 만에 우승컵을 선물한 주인공은 오지환이었다. 좋든 싫든 경기를 지배한다고 해 ‘오지배’란 별칭을 얻은 그는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서두르다 공을 놓쳤지만, 심기일전해 9회말 3점 홈런을 치며 영웅이 됐다. 2~5차전 엘지 연승과 우승의 기관차 구실을 한 오지환은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가 됐다.
현대 스포츠에서는 대부분 선수의 역량이 계량화돼 있다. 하지만 그것은 참고자료일 뿐이다. 스타들만 모아놨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다. 한 선수의 기여도는 수치로 분할될 수 있지만, 승패는 경기 중 발생하는 다양한 변수들의 총합에서 갈린다. 그런 의미에서 스타는 다른 선수들과 만들어내는 차이일 뿐이다. 또 선수의 약점보다는 강점에 집중해서 보는 것이 경기를 즐기는 팬들의 관전 포인트일 것 같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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