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왼쪽) 오픈에이아이 공동창업자가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시이오와 대화하고 있다. 오픈에이아이 제공
박원익 | 더밀크 뉴욕플래닛장
“‘코파일럿’(Copilot·부조종사, 마이크로소프트의 인공지능 비서 지칭)은 전세계 지식에 접속, 그 지식에 따라 행동할 수 있게 돕는 에이전트(대리인)입니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시이오는 지난 15일(현지시각) 마이크로소프트의 연례 콘퍼런스 연설에서 “코파일럿의 시대가 열렸다”며 이렇게 말했다.
에이아이(AI) 에이전트는 특정 행동까지 수행할 수 있는 발전된 에이아이 비서나 동반자를 뜻한다. 예컨대 온라인 쇼핑 제품을 추천해준다면 에이아이 챗봇, 한발 나아가 주문까지 대행할 수 있다면 에이아이 에이전트로 볼 수 있다.
발전된 에이아이 비서에 대한 기대감은 지난 6일 열린 오픈에이아이 개발자 콘퍼런스 ‘데브데이’(DevDay) 이후 급격히 고조됐다. 애플 시리, 아마존 알렉사, 구글 어시스턴트 등 이전에도 음성 인식으로 작동하는 에이아이 비서가 있었지만, 이 서비스가 실제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은 많지 않았다.
한데, 데브데이에서 오픈에이아이가 맞춤형 챗지피티 ‘GPTs’를 시연하자 개발자들을 비롯한 기술 업계 관계자들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규모 언어 모델(LLM)에 힘입어 매우 쉽게 놀라운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샘 올트먼 오픈에이아이 공동창업자는 챗지피티를 몇분 만에 만들어 보이며 후배 창업자에게 도움말을 주기도 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9일 “(에이아이 에이전트는) 명령어 입력(DOS)에서 아이콘 누르기(Windows)로 컴퓨팅 방식이 바뀐 이후 가장 큰 ‘컴퓨팅 혁명’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에이아이 도구는 대부분 ‘봇’(단순 기능의 자동화 알고리듬)”이라며 “에이전트는 봇보다 더 똑똑하다. 에이전트는 사용자가 요청하기 전에 제안할 수 있는 능동적인 존재”라고 강조했다. 에이아이 에이전트는 인간과 컴퓨터가 소통하기 위한 연결 고리가 되고, 에이아이 에이전트 구동 엔진인 ‘엘엘엠’은 일종의 운영시스템(OS) 지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피시, 스마트폰 다음은 생성형 에이아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런 거대한 변화를 촉발한 주인공이 오픈에이아이라는 스타트업이라는 점이다. 이 회사는 2022년 11월30일 챗지피티를 선보이면서 구글이 지배하던 에이아이 산업을 재편했다.
역사를 돌아보면 미국이 주도해온 혁신의 근간은 이와 같은 스타트업 생태계, 공정한 경쟁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1985년 에이티앤티(AT&T)가 반독점 혐의로 강제 분할된 직후에 마이크로소프트가 피시 운영시스템 윈도를 처음 출시했고, 1990년대 후반에는 미 법무부가 거대해진 마이크로소프트에 반독점 소송을 제기해 구글의 설립(1998년)과 성장을 뒷받침했다. 올해 9월엔 반독점 소송 대상이 구글로 바뀌었다.
새로운 기회의 시대, 한국은 어떻게 움직여야 할까? 미국 현지에서 만난 투자자, 정부 관계자들은 스타트업 정신에서 답을 찾으라고 입을 모은다. 잠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스타트업처럼 과감하게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높은 교육 수준, 에이아이 등 첨단 기술에 대한 폭넓은 수용도·밀집도, 탁월한 지식재산 지표(특허출원 건수 등)라는 이점을 갖췄다.
지속되는 미-중 갈등 상황 역시 한국에 기회가 될 전망이다. 중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끊어진 가운데, 새로운 혁신 동력이 필요한 미국과 넓은 시장 및 투자가 필요한 한국이 협력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잭 비처 ‘아메리카 프런티어 펀드’(AFF) 전략적 파트너십 총괄은 “한국은 사실상 스타트업 국가”라며 “한국과 미국의 선도적인 기술을 어떻게 상업화하고 협력할지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