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지난달 30일 경기 도시철도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원|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경기 김포시에서 띄운 서울 편입론이 다른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도시의 미래를 교통 수요나 행정편의적 관점에서만 전망하면 안 된다.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서울에는 4가지 미래가 있다.
먼저 서울이 주변 지역을 흡수해 거대한 도시로 확장하는 ‘메가시티’론이다. 서울로 편입된 주민들은 서울 중심부와 더 긴밀하게 연결되기를 소망해 도로와 철로가 증설될 것이다. 교육, 문화, 의료, 일자리에서 서울은 전국의 인적 자원과 재원을 빨아들일 것이다. 기존 주민들도 서울을 떠나려고 하지 않는다. 노인일수록 더 그렇다. 서울은 2025년 노인 인구가 20%를 넘어 초고령화될 텐데 메가시티 서울에서는 고령화 추세가 더 빨라진다. 노인 돌봄이 중요한 사회적 문제가 된다.
이 미래에서 유의해서 봐야 할 추세는 출산율이다. 서울의 합계출산율은 20년 넘도록 전국 최저 수준이다. 지난해는 0.59명까지 떨어졌다. 지나친 경쟁 중심 문화가 청년들의 결혼과 출산을 미루게 하는 주요인이다. 경기도 어느 지역이라도 서울로 편입되는 순간 이런 경쟁 중심 문화에 말려들어가지 않을 수 없다.
메가시티에서 배출하는 쓰레기와 에너지사용량도 따져야 한다. 지역별로 배출하는 생활폐기물과 건설폐기물에서 경기와 서울은 나란히 1~2위이다. 전체의 40%가 넘는다. 두 지역의 폐기물은 지금까지 인천시에서 받아줬지만 2025년부터는 받지 않는다. 서울의 전력 자립률은 8.9%에 불과해 91.1%의 전기는 다른 지역에서 가져와야 한다. 서울시민이 낸 세금을 다른 지역주민에게 ‘기본소득’ 명목으로 분배하지 않으면 유지하기 힘들 것이다.
서울의 두번째 미래는 ‘우울과 마약의 도시’다. 주거비, 생활비, 교육비 증가로 서울시민 삶의 질은 나빠지고 과로와 우울증을 앓는 환자들이 증가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2017~2021년) 결과, 서울은 우울증 환자 비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았다. 우울증 증가는 마약범죄 증가로 이어진다. 2021년 대검찰청 ‘지역별 마약류 범죄 단속 내역’을 보면 인천·경기가 33.5%로 1위, 서울이 24.9%로 2위다. 한때 혁신과 성장의 도시였던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주민들의 과도한 마약 복용 탓에 ‘좀비 랜드’로 불리고 있음을 참고해야 한다. 서울 탈출론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으로 일보다 여가와 삶의 질을 중시하는 엠제트(MZ)세대의 증가, 원격근무의 확산으로 비서울 거주의 증가를 들 수 있다.
서울 인구는 다소 줄지만 덜 생산하고 덜 소비하는 축소 균형, 느리지만 여유로움을 추구하는 도시의 미래도 예측할 수 있다. 최근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정원도시, 서울’의 확장판일 수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에 대응하면서도 삶의 질을 높이는 정원도시가 되려면 서울이 ‘빠른 도시’에서 ‘느린 도시’로 전면 개편되어야 한다.
서울의 자동차 도로 폭을 좁히고 휠체어 탄 장애인들도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보도를 넓혀야 한다. 자동차 속도는 시속 30㎞ 안으로 줄여야 한다. 이렇게 되면 서울에서는 돌발 상황에서의 사고 위험 없이도 자율주행차를 운행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매우 변형적인 서울의 미래도 예측된다. 이를테면, 서울시민과 인공지능 로봇, 가상세계의 시민들이 공존하는 도시다. 실제 세계와 가상세계의 결합으로 인구는 하루에도 1천만명에서 1억명을 오간다. 이미 에스토니아에서는 누구라도 전자시민권을 신청해 가상세계의 사무실 공간을 빌려 사업할 수 있다. 정부는 자발적으로 의료, 소비, 금융 등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민들의 협력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시민에게 필요한 정책을 발 빠르게 제시한다. 이 미래의 시민들은 자신이 서울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