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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슬기로운 기자생활] 공직을 떠나는 청년들

등록 2023-10-26 18:49수정 2023-10-27 02:13

임경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이 지난 7월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경은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이 지난 7월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형철 | 통일외교팀 기자

기자가 한 기관을 도맡아 취재하는 출입처 제도 아래서 출입기자들은 본래 자신과 별 상관도 없는 조직에 준내부자처럼 들락거리게 된다. 그렇게 몇달, 몇년씩 그 기관을 출입하며 그쪽 사람들과 접촉하다 보면, 의도치 않게 그들의 속 깊은 고민도 듣게 된다. 아무래도 또래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더 공감이 되고 귀를 기울이게 된다.

정부 부처를 출입하면서 만난 초년 공무원들의 요즘 가장 큰 고민은 ‘미래설계’다. 청년이 미래에 관심을 가지는 건 당연하지만, 문제는 청사진을 그리는 경우가 별로 없다는 점이다. 공무원으로 사는 게 과연 후회 없는 삶인지 의문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고민 끝에 ‘결단’을 내리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다. 공무원연금공단이 국회 정무위원회 송석준 의원(국민의힘)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018년 5761명이던 2030세대 공무원 퇴직자 수는 지난해 1만1067명으로 4년 만에 두배 수준으로 늘었다.

공무원들의 이직 행렬에 눈길이 쏠리는 이유는, 이들이 그 자리에 서기까지 오랜 세월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초년 공무원들은 1990년 전후 태어난 이들이 주축을 이루는데, 이들은 학창 시절부터 끊임없이 경쟁하며 공직이란 자리에 올랐다. 이들이 태어난 90년대 초반 신생아 수는 1991년 70만9천명, 1992년 73만명, 1993년 71만5천명, 1994년 72만1천명 등 줄곧 70만명을 넘겼다. 이 당시 출산율이 떨어지는 추세였지만, 한해 100만명 이상씩 태어난 60년대생 베이비부머 부모 세대를 둬 신생아 수는 어느 정도 유지가 됐다.

하지만 80년대 기업들로부터 입사를 권유받고, 각자 능력이나 적성에 맞춰 어렵지 않게 일자리를 구할 수 있었던 부모 세대와 달리, 이들에게 주어진 기회의 장은 작았다. 2010년대 취업시장은 크게 위축됐고 또래는 서로를 꺾어야 할 경쟁 상대로 여기며 기회를 쟁취해야 했다. 올해 행정직 5급에 합격하기까지 걸린 평균 수험기간은 41.6개월이었다. 그런 적지 않은 기간을 매몰비용으로 돌리면서까지 퇴직을 감행하는 이유는, 지금 그대로 있으면 그보다 훨씬 더 큰 기회비용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과연 지금 공직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물가는 치솟는데, 올해 9급 1호봉 공무원 기본급은 177만800원으로 시간당 최저임금 9620원을 적용한 최저 월급 201만580원보다 적다. 지금껏 공무원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였던 고용안정성도 안심할 수 없다. 통일부는 지난달 6일 정원 81명을 감축하는 조직개편이 최종 확정되면서 인사발령을 냈다. 이 중 상당수가 마땅한 이직처를 찾지 못한 채 자체교육, 국외훈련 및 퇴직교육 파견, 휴직 등을 명받았다. 장수시대 공무원연금이 주는 혜택도 선배 공무원들이 받았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청년 세대가 애국심과 공명심이 없어 공직사회를 떠나고 있다고 말하는 이도 있다. 하지만 최근 사표를 낸 한 공무원은 “(내가 일하던) 이곳을 너무 사랑했고, 일도 좋아했지만 그곳에서의 내 미래가 그려지지 않아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불합리한 성과평가와 높은 근무강도, 낮은 임금 등을 언급한 그는 “인구절벽이 시작돼 공공 분야가 민간과 인재영입 경쟁을 하는 상황이 닥친다면 공직사회로 오려고 할 인재는 사실상 없을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newir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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