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즐거운 종말 맞으시길 바랍니다.”
영화 ‘돈룩업’(2021)에서 6개월 뒤 지구에 충돌하는 혜성을 발견한 주인공은 겨우 대통령에게 혜성의 존재를 인정받는다. 사람들은 여전히 믿지 않고 주인공이 미쳤다고 생각한다. 과학계 저명한 학자들이 동료심사를 통해 확인한 “100% 맞는 계산”인데도 그렇다. ‘즐거운 종말’ 운운도 그런 비꼼이다. “당신을 믿으라고요? 혜성이 당신의 이름인데?” 이게 대체 무슨 논리야, 생각하는 찰나 다른 이가 추궁한다. “왜 질문에 대답을 안 하나요.”
확실한 건 이것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가 발간한 6차 평가보고서는,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온도가 1.5도 오르는 상황을 불과 17년 뒤인 2040년 이전에 맞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탄소 배출량을 유지한다는 전제에서다. 1.5도는 기후위기 상황을 인류의 힘으로 되돌릴 수 없는, 과학자들이 설정해놓은 마지노선이다. 넘어가면 다시 돌이킬 수 없다.
위기를 벗어나려면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이 핵심이지만 국내엔 친원전주의자들이 뿌려놓은 그릇된 인식이 발목을 잡는다. 전체의 0.8%에 불과했던 ‘태양광 산사태’와 인과관계를 호도한 태양광-염전 논란, 이른바 ‘비계량 설비’인 태양광 발전이 전력 수요 자체를 줄인 것인데도 계량값만으로 피크 시간대 기여도가 적다며 저효율 에너지로 몰아가는 행태까지. 전자파나 빛 반사, 중금속 유출 등은 이제 일일이 답하기도 지친다. ‘태양광 혐오’ 때문에 도로 이격거리를 1㎞나 설정한 기초지자체도 여럿이다. 가축 분뇨 시설보다 태양광이 더 혐오시설이다. 핵발전이 위험한가 태양광이 위험한가.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가 수만년에 이른다는 대목에서 이미 끝나야 하는 얘기 아닌가. 45억년에 달하는 지구의 역사에서 생명체가 처리하지 못하는 쓰레기를 만들어낸 건 인류가 유일하다. 자연의 질서, 순환을 파괴한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앞으로 영원히 바다에 뿌려질지 모른다.
‘돈룩업’의 감독 애덤 매케이가 연출한 또 다른 영화 ‘빅쇼트’의 시작 부분에선 이런 말이 나온다. ‘곤경에 빠지는 건 뭔가를 몰라서가 아니다. 뭔가를 확실하게 안다는 착각 때문이다.’ 미국 풍자문학의 아버지 마크 트웨인의 말이다. 그나마 혜성은 눈에 보이기라도 한다.
박기용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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