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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고 싶은 나라 ‘주식회사 대한민국’

등록 2023-09-26 14:51수정 2023-09-27 03:49

[세상읽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노동시장 활력 제고를 위한 킬러규제 혁파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영욱ㅣ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

요새 사람들은 직장을 구하기 전에 기업리뷰 사이트의 별점을 본다고 한다. 전·현직 사원들이 직접 자기 회사의 복지, 급여, 업무–삶 균형, 조직문화 등을 평가해 점수를 매기는데, 각 항목 5점 만점에 평균 3.5점 이상이면 상당히 괜찮은 회사고, 2.5점 미만은 지원하기 전에 한번 더 고민해봐야 할 곳이란다. 1점대면 요즘 말로 “돔황챠”(도망쳐)야 하는 회사다. 이 기준이 꽤 정확한지 요새 구직시장엔 이런 말이 돈다. “별점은 과학이다.”

구직자가 입사희망 기업을 평가하여 거르는 일은 최근 전세계적 노동공급 부족 상황에 더 흔해졌다. 코로나19 유행 중 질병 후유증, 조기 은퇴, 입국제한 등으로 일터를 떠났던 내외국인 근로자들의 업무 복귀가 더디게 일어나고 있다. 경기둔화 국면에서도 요 몇달 미국과 유로지역 실업률은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했으며, 구직자 대비 빈 일자리 수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노동시장이 경색되면서 근로여건 개선이 미흡한 기업 위주로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려워졌다. 선진경제권에서 공히 진행되어온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앞으로도 노동수급 불균형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더 심하면 심했지 피해 갈 가능성은 적다.

노동시장 경색을 풀 대안 중 하나로 이민인력 확충이 꼽힌다. 국가별로 인력 부족이 예상되는 업종에 외국의 인적 자본을 들여오기 위한 제도 정비가 활발하다. 미국은 지난해와 올해 각종 행정조치를 통해 이민비자 및 비이민 취업비자 발급 수를 대폭 확대했고, 유럽연합 역시 최근 인재풀시범사업, 인재파트너십제도 등을 신설해 역외국가와 인력교류 활성화에 나섰다. 독일 의회는 지난달 숙련이민인력법을 통과시키며 해외 숙련인력의 취업비자 및 영주권 획득 요건을 완화했다. 독일 올라프 숄츠 총리는 이 법을 통해 해외 인재를 연간 150만명 유치하겠다고 공언했다.

우리나라도 해외인력 쟁탈전에 가세했다. 팬데믹 때 본국으로 돌아갔던 외국인 취업자를 다시 데려오기 위해, 2023년 계절근로자 배정인력을 4만여명으로 두배 이상 증원하고 체류기간도 5개월에서 8개월로 확대했다. 올해 고용허가제(E-9 비자) 입국자 규모도 11만명으로 지난해(6만9천명)보다 대폭 늘렸고, 특히 숙련기능인력(E-7-4 비자) 연간 쿼터는 현행 2천명에서 3만5천명까지 무려 17배나 증가시켰다.

문제는 해외 구직자들이 우리나라에서의 노동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느끼는지다. 노동공급 부족 상황에 이주인력 유치 경쟁이 앞으로 더 심화한다면, 협상의 추는 이민을 받는 우리보다 이민을 오는 노동자에게로 기울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가 별점 3.5점 이상을 유지하지 못하면 양질의 인적자본을 다른 나라에 빼앗길 수 있다는 얘기다.

마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기업리뷰 사이트처럼 인재유치 지수(Talent Attractiveness)라는 걸 만들어 제공한다. 잠재이주 숙련노동자의 입장에서 외국인 취업기회, 기대소득, 가족동반 용이성, 근무인프라, 포용력 등을 평가해 순위를 매겼다. 우리나라의 종합순위는 38개국 중 25위, 아주 처지는 건 아니지만 그리 인상적인 성적도 아니다. 근무인프라(1위)와 소득(7위) 항목에서 상위권인 반면 외국인 취업기회(36위)와 가족동반 용이성(33위)은 최하위권이다.

숙련노동자를 대상으로 이 정도면 비숙련노동자에겐 더 가혹할 것이다.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열악한 숙소에 비싼 월세를 내며 사는 농촌 이주노동자들의 실상은 이미 잘 알려졌다. 제조업 이주노동자들은 안전장비도 없이 기계에 몸을 들이밀면서도, 휴식도 없이 폭염과 혹한을 받아내면서도, 정보 부족과 신분상 불안정 때문에 불평도 제대로 못 한다. 공식 기록만 따져도 2021년 외국인 산재 사망률은 내국인의 7배에 달했다. 이 와중에 고용허가제의 업장변경은 여전히 제한적이고, 급기야 최저임금도 안 주고 외국 가사인력을 데려다 쓰겠다는 어이없는 시도까지 있었다.

전세계적 외국인재 유치 경쟁을 뚫고 ‘주식회사 대한민국’에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려면,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고 더 나은 대우를 약속해야 한다. 나를 부품으로 쓰다가 버리려는 회사에 좋은 별점을 줄 순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를 귀하게 여기는 회사가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오고 싶은 나라’, 대한민국은 내외국인 모두에게 ‘살고 싶은 나라’가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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