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여가부 폐지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장관 후보 지명 하루 만에 본인이 이끌게 될 부처를 없애러 왔다고 당당하게 밝힌 것이다. 김 후보자가 장관직에 오른다면, 정부 정책에서 여성 지우기가 한층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매우 부적절한 인사다.
이날 김 후보자는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 여가부를 폐지하겠다는 것이어서, 드라마틱하게 엑시트(exit)하겠다”고 밝혔다. 여가부가 만들어졌을 때와 사회환경이 바뀌었고 그에 따라 다른 부처로 통합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이유를 설명했다. 김현숙 장관도 후보자 때부터 여가부 폐지를 언급했으나, “(대통령 당선자의) ‘여가부 폐지’ 공약에 동의한다”는 수준이었을 뿐, 이 정도로 당당하고 이 정도로 공격적이지는 않았다. 윤 대통령이 김행 후보자를 지명한 이유가 명확해 보인다.
하지만 여가부 폐지는 더 이상 대통령 공약이라는 말만 앞세울 사안이 아니다. 지난 2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때 여가부 폐지 내용은 담기지 못했다. 야당 반대 영향이 컸지만 시민사회와 여론이 주시해온 결과였다. 이를 다시 뒤집으려면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 정부 부처 존폐 여부라는 중차대한 사안을 두고 ‘드라마틱한 엑시트’라는 진중하지 못한 표현을 써가며 언급했다는 것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
스스로의 소임을 ‘여가부 폐지’로 좁히면서, 그의 표현대로 ‘여가부가 존속하는 동안’ 벌일 정책 방향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미 윤 대통령 취임 이후 정부 정책에서 ‘여성 지우기’가 노골적으로 추진돼왔다. 각종 통계와 정책 명칭에서 명목적으로도 여성이 삭제됐다.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은 ‘통계로 보는 남녀의 삶’으로 바뀌었고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계획’은 ‘공공부문 성별대표성 제고계획’이 됐다. 정부 저출생 대책에서도 성평등 정책이 자취를 감췄다.
평소 여성 정책에 아무런 관심도 애정도 보이지 않았을 것으로 짐작되는 김 후보자는 여가부를 이끌 전문성도 갖추지 못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거친 뒤 2014년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장에 취임할 때도 관련 전문성이 없어 낙하산 논란이 일었다. 이번에도 김 후보자는 젠더 문제를 “굉장히 소모적 논쟁”이라고 일축했다. 오로지 여가부를 없애는 게 목적일 뿐 여성 정책의 필요성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이에게 여가부 장관을 맡겨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