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찾아서] 참여정부 천일야화 31화 새만금
![첫 삽을 뜬 지 20년 만에 완공돼 2010년 4월20일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전북 군산~부안을 잇는 길이 33㎞ 새만금방조제.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첫 삽을 뜬 지 20년 만에 완공돼 2010년 4월20일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전북 군산~부안을 잇는 길이 33㎞ 새만금방조제.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517/imgdb/original/2023/0904/20230904501871.jpg)
첫 삽을 뜬 지 20년 만에 완공돼 2010년 4월20일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전북 군산~부안을 잇는 길이 33㎞ 새만금방조제.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청와대 수석들끼리도 의견 갈려
대선 때 재검토 공약했던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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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을 살리자며 세 발 걷고 한 번 절하며 온 3보1배팀이 전북 부안 해창갯벌을 출발한 지 57일 만인 2003년 5월23일 오전 10시30분 서울에 들어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새만금을 살리자며 세 발 걷고 한 번 절하며 온 3보1배팀이 전북 부안 해창갯벌을 출발한 지 57일 만인 2003년 5월23일 오전 10시30분 서울에 들어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503/imgdb/original/2023/0904/20230904501878.jpg)
새만금을 살리자며 세 발 걷고 한 번 절하며 온 3보1배팀이 전북 부안 해창갯벌을 출발한 지 57일 만인 2003년 5월23일 오전 10시30분 서울에 들어서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시민환경연구소가 2003년 6월3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새만금 간척사업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환경연구소가 2003년 6월3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새만금 간척사업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연합뉴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473/imgdb/original/2023/0904/20230904501873.jpg)
시민환경연구소가 2003년 6월3일 오전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새만금 간척사업 국민 여론조사 결과”에 관한 기자회견을 가지고 있다. 연합뉴스
천하 뒤집혀도 제대로 결정해야”
노 대통령, 수석회의에서 지시 6월5일(목) 대통령 주재 수석회의에서 새만금을 논의했다. 노 대통령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새만금 신구상기획단에 농림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행자부, 기획예산처, 산자부, 문광부 차관이 참석하도록 하라. 정책실에서도 수석 또는 비서관이 참석하라. 먼저 담수호냐 해수 유통이냐를 시급히 결정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를 염두에 두고 기술적 검토를 해야 한다. 물길을 막고 난 뒤에 무슨 신구상이 있겠느냐. 새만금에 대한 전북도민의 간절한 소망은 잘 알지만 갑문이냐 다리냐 등 기술적 검토가 필요하고, 공사속도 조절도 필요하다. 천하가 뒤집히더라도 제대로 결정해야 한다.” 6월 10일(화) 9시 수석회의에서 유인태 정무수석이 보고했다. “새만금 공사가 이제 딱 2개만 남아 오늘 완공한다. 김영진 농림부 장관이 얼마 전 관저 조찬에서 ‘유속이 빨라 공사를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는데, 문제가 된 만경강 쪽 4공구는 지반이 약해서 갑문 설치가 불가능하므로 대안은 원래 갑문 자리(신시도)를 넓히는 방안을 포함해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권오규 정책수석은 3개 연구기관이 시뮬레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말했다. “정보 부족을 통감한다. 사태는 복잡한데 토론 한번 못한 점이 유감이다. ‘농지 포기’가 단서다. 우리 국정운영 방법에 문제가 있다. 진상에 접근해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이날 낮 6·10항쟁 주역 대통령 초청 오찬이 있었다(충무실). 박형규, 이돈명, 박용길, 이소선, 고은, 유시춘 등 수십명이 참석했다. 최열 환경연합 대표가 새만금을 질문하니 노 대통령은 농지 확보가 아니고 환경친화적 개발이 목표라고 답했다. 배종렬 전농 대표가 농가부채 문제를 묻자 노 대통령은, “농민들은 하나 들어주면 또 하나 들고 오고 끝없이 요구만 한다”고 답해 분위기가 냉랭해졌다. 6월16일(월) 오후 6시 농림부 차관과 정명채, 정태인 비서관과 함께 새만금 문제를 의논했다. 왜 대통령 지시에도 불구하고 4공구(만경강 쪽) 공사를 앞당겨 물막이 공사를 완료했는지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농림부에서는 빠른 유속과 약한 지반이 이유라고 답했다. 정책실 3명 비서관
소방헬기 이용 알려지면서 ‘발칵’
대통령 “어쩔 수 없다” 사표수리 새만금 사업이 한창 시끄러울 때 청와대 비서관 3명(장명채 농업, 박태주 노동, 조재희 정책관리)이 6월6일 현충일 새만금을 방문해 소방헬기를 탄 사건이 터졌다. 전북도에서 청와대 비서관들이 오니 새만금 사업을 홍보할 좋은 기회라고 여겨 소방헬기를 내줘 현장을 둘러보도록 배려했는데 독배가 돼버렸다. 6월25일(수) 모든 언론에서 기사화해 벌집을 쑤신 형국이 됐다. 3명은 바로 사표를 썼다. 매일 만나 의논하는 동료들이라 이들 사표에 내 사표까지 써서 대통령 관저로 갔다. 3명 비서관 사표에 노 대통령은 사정은 이해하지만 수리할 수밖에 없다고 읍참마속의 심정을 말했다. 해양수산부 장관 시절 동해 방문 때 헬기 타라는 권유를 사양한 적이 있는데 헬기는 조심해야 한다며 “선 하나 차이” “운수 소관”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내 사표를 제출하니 노 대통령이 “불만과 항의 표시입니까?”라고 물었다. 지휘통솔 책임이라고 하자 “도로 집어넣으세요. 일 키우고 복잡하게 만들지 말고 계속 도와주세요”라고 해서 내 사표는 반려됐다.
![2003년 7월15일 서울행정법원의 새만금사업 중단을 예견한 듯 전북 군산시 비응도 부근인 방조제 4공구 종점 언덕에 환경단체들이 설치한 `죽음의 4공구를 뚫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2003년 7월15일 서울행정법원의 새만금사업 중단을 예견한 듯 전북 군산시 비응도 부근인 방조제 4공구 종점 언덕에 환경단체들이 설치한 `죽음의 4공구를 뚫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348/imgdb/original/2023/0904/20230904501877.jpg)
2003년 7월15일 서울행정법원의 새만금사업 중단을 예견한 듯 전북 군산시 비응도 부근인 방조제 4공구 종점 언덕에 환경단체들이 설치한 `죽음의 4공구를 뚫어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연합뉴스
2006년 대법원 판결로 진행 확정
과연 필요한 사업이었는지… 7월16일(수) 저녁 문희상 비서실장 공관에서 수석들 만찬이 있었다. 마침 초복이라 보신탕이 화제에 올랐다. 유인태 정무수석이 과거 민청학련 사건 때 감옥에서 복날 개고기를 먹었다는 믿기 어려운 실화를 이야기했다. 새만금 사업을 일시 중단하라는 하루 전날 서울행정법원 결정에 반기문, 김희상, 권오규 수석은 반대 의견이었고, 박주현 수석은 사법적극주의로 지지했다. 그런데 이 새만금 대화가 다음 날 조선일보에 상세히 보도됐다. 누가 흘렸나, 도청장치가 있나.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그 뒤 새만금 소송은 개발론 대 환경론의 정면대결로 치달아 법원에서 여러차례 엎치락뒤치락한 끝에 2006년 3월16일 대법원이 공사를 취소할 사정 변경이 없다고 판결했다. 그리하여 공사 추진이 최종 확정됐고 2010년 새만금방조제가 완공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과연 옳은 일이었는지 의문이다. 이 사업은 찬반이 극명하게 대립했고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의 호불호가 엇갈린다.
![2003년 6월10일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4공구 물막이 공사현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2003년 6월10일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4공구 물막이 공사현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800/455/imgdb/original/2023/0904/20230904501879.jpg)
2003년 6월10일 새만금 방조제 공사가 한창 진행중인 4공구 물막이 공사현장.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필자 이정우: 1950년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1974년 서울대 경제학과 학·석사를 마친 뒤 1983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2015년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한 뒤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2003~05년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 정책기획위원장 겸 정책특보를 지냈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끊임없이 공부하는 경제학자를 자임하고 있다. ‘참여정부 천일야화’ 제목은 그의 친필이다. opinion@hani.co.kr 필자 이정우: 1950년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1974년 서울대 경제학과 학·석사를 마친 뒤 1983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2015년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한 뒤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2003~05년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 정책기획위원장 겸 정책특보를 지냈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끊임없이 공부하는 경제학자를 자임하고 있다. ‘참여정부 천일야화’ 제목은 그의 친필이다. opinion@hani.co.kr](http://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400/135/imgdb/original/2023/0904/20230904501874.jpg)
필자 이정우: 1950년 대구에서 나고 자랐다. 1974년 서울대 경제학과 학·석사를 마친 뒤 1983년 미국 하버드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7~2015년 경북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한 뒤 명예교수를 맡고 있다. 2003~05년 참여정부 초대 정책실장, 정책기획위원장 겸 정책특보를 지냈다. 공정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고자 끊임없이 공부하는 경제학자를 자임하고 있다. ‘참여정부 천일야화’ 제목은 그의 친필이다. opini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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