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9월1일 서울 송파구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제9회 서울시 외국인노동자 체육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이어달리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박성원 |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독일 중부 헤센주 마인강 연안에 오펜바흐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인구는 13만명에 불과한데 외국에서 이주한 사람이 37%를 차지하고, 부모나 조부모가 이민자인 인구까지 포함하면 60%다. 3살 이하 아이 중 80%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난다고 하니 독일과 유럽에서도 가장 높은 다양성을 뽐낸다.
이 작은 도시에 관심을 두게 된 것은 우리나라가 본격적으로 다문화사회로 나아갈 때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알고 싶어서다. 윤석열 정부는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이민자를 받아들이겠다는 정책을 밝혔고, 법무부 주도로 이민청 설립이 논의되고 있다.
사실, 한국은 이미 다문화사회다. 2022년 행정안전부의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는 외국인 주민이 1만명 이상 또는 인구 대비 5% 이상 거주하는 시·군·구는 전국 228곳 중에서 86곳으로 40%를 차지한다. 많은 지역이 결혼이주민, 이주노동자,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유지되지 않는다.
국회미래연구원 이상직 박사는 최근 펴낸 ‘한국 사회는 외국인과 어떻게 관계 맺고 있는가’라는 보고서에서 통계청 자료를 인용해 이주 배경의 인구가 2020년 218만명에서 2040년 323만명으로 늘어 총인구의 6.4%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주 배경의 학령인구(6~21살)도 2020년 30만명에서 2040년 47만명으로 1.6배 증가한다. 이주민의 2세, 3세들도 성장하고 자손을 낳을 것이다.
독일 언론 ‘슈피겔’이 베스트셀러로 선정한 ‘양자경제’(Quantum Economy, 2022년)에는 앞서 언급한 오펜바흐가 등장한다. 저자인 앤더스 인셋은 ‘오펜바흐는 159개 국가에서 온 전문직 종사자, 대학생, 난민, 이주노동자들이 수십년 동안 그들의 언어, 생활방식, 관습을 혼합해 독특한 도시를 만들었다’고 평가한다. 그는 더 나아가 오펜바흐가 ‘글로벌 공생 모델’을 보여준다며, 유럽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 구조를 완화하고 세계를 좀 더 안전하고 정의롭게 만들려면 이 모델을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공생 모델이 성공하려면 이주민들이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 사회의 혁신이 다양성에서 배태되기 때문에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은 중요하다. 오펜바흐는 다양성 유지와 사회적 통합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2016년부터 도시의 상징적 이미지로 ‘도착의 도시’(Arrival City)를 내세웠다. 세계 각국에서 새로운 삶을 위해 고향을 떠나 도착하는 도시, 빈손으로 왔지만 새출발 할 수 있는 사회적 발판을 마련하는 도시를 목표로 했다. 일례로 평생교육기관인 시민대학이 20여곳에서 한 학기에 1천여개 강좌를 개설하고, 새로 들어온 이주민들은 이주 선배들에게 언어와 직업, 독일의 법·제도 등을 교육받는다.
가난한 이주민들이 지속해서 들어와 오펜바흐의 실업률(8.3%, 2022년)은 독일 평균(5.3%)보다 높다. 그러나 문화적 갈등이 낮고 높은 창업률 등 도시의 역동성은 높다(2018년 오펜바흐시 고용, 통계, 통합정책국 자료). 이주민들이 많으면 범죄율이 높을 것 같지만, 이곳의 범죄율은 독일 평균을 밑돈다. 문화적 갈등을 해결하는 다문화 배경의 시민 네트워크 덕분이다.
우리 사회에 다문화 이주민들은 임시적이고 불안정한 노동을 하며 다양한 혐오와 차별을 겪었으며 그 수가 늘어나면 부정적 경험도 늘어날 것이다. 정책 목표가 애매한 다문화사회를 넘어 글로벌 공생 국가로 나아가려면 이주민 정책은 이주민의 관점이 반영되어야 한다. 이들이 스스로 정책을 제안하고 만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