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왼쪽)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 연합뉴스
박원익 | 더밀크 뉴욕플래닛장
“이탈리아 총리 및 문화부 장관과 논의했다. 역사적인 장소(epic location)에서 격투 시합을 여는 것에 동의했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8월11일)
“역사에 길이 남을 위대한 이벤트가 열린다. 로마에서는 개최되지 않는다.”(젠나로 산줄리아노 이탈리아 문화부 장관, 8월11일)
“일론은 진지하지 않은 것 같다. 이제 넘어갈 때라고 생각한다.”(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 8월14일)
최근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일론 머스크와 마크 저커버그의 격투기 대결이 해프닝으로 끝나는 분위기다.
머스크가 엑스(X: 옛 트위터)에 “저커버그와 머스크의 싸움을 엑스에서 생중계할 것”이라는 글을 남긴 6일까지만 해도 두 기술 거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종합격투기(MMA) 시합은 성사된 것과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이날 머스크가 올린 트위트가 엄청난 속도로 퍼지며 68만번 이상 조회됐고, 8만번 이상 리트위트(공유)됐다. 주말이었는데도 두 최고경영자의 대결 중계를 보도한 외신 기사도 쏟아졌다.
한데 11일 로마 콜로세움을 암시한 머스크의 ‘역사적인 장소’ 발언 뒤 이탈리아 장관의 ‘로마 부인’ 성명이 나왔고, 14일 저커버그의 확인으로 경기 무산이 기정사실화됐다. 여론은 열광에서 “속았다”, “머스크가 거짓말을 했다”는 싸늘한 반응으로 급격히 바뀌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걸까? “머스크의 발언을 보도하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볼 수 있겠지만, 굳이 언론 매체가 다루지 않더라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소셜미디어에서는 부정확한 정보, 확인되지 않은 정보, 심지어 가짜 정보까지 사실상 필터 없이 유통되기 때문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유통되는 정보를 무조건 의심하며 배척하는 것도 답은 아니다. 일론 머스크만 놓고 봐도 그가 엑스 플랫폼을 통해 사실을 발표한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인공지능 전문회사 ‘엑스에이아이’(xAI) 설립 사실도 트위트로 발표했고, 파랑새에서 엑스로의 로고 디자인 교체 역시 트위트로 알렸다.
근본적인 이유는 사용자의 관심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어텐션 이코노미’(Attention economy)에서 찾을 수 있다. 어텐션 이코노미는 제한적인 자원인 인간의 주의력을 희소성 있는 재화로 간주한 이론이다. 소셜미디어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런 현상이 심해진다. 이번 해프닝 역시 마크 저커버그가 트위터의 대항마인 스레드(Threads)를 출시하면서 비롯됐다. 격렬한 경쟁 속에서 다른 이의 관심을 끌 만한 자극적인 콘텐츠가 범람하고, 사실 여부 검증 전에 정보는 이미 퍼져나간다.
스콧 갤러웨이 뉴욕대 교수는 이런 현상을 두고 “(소셜미디어에서의) 댓글, 말싸움, 급속도로 퍼져나가는 광기는 관심과 감정을 끌어모으는 요소로 작용한다”며 어텐션 이코노미의 폐해를 지적했다. 익명성은 가짜 계정, 악의적인 행동 등을 가능하게 하며 소셜미디어는 이를 용인해 더 많은 유해한 콘텐츠를 통해 이익을 얻는다는 비판이다.
자극적 영상이 넘치는 쇼트폼 플랫폼, 알고리즘 기반 소셜미디어의 홍수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플랫폼 기업에 선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뉴욕타임스’ 저널리스트 요한 하리는 저서 ‘도둑맞은 집중력’에서 “집중력 파괴는 기술기업의 사업모델”이라고 했다. 기술기업이 현대인을 추적해 주의력을 조종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용자 스스로 이 사실을 기억하며 경계를 늦추지 않아야 플랫폼에 종속되는 결말을 피할 수 있다.
사실 확인 과정을 거쳐 정제된 정보를 제공하는 믿을 만한 매체를 활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의식적으로 정보취득 원천을 분산하고 상호검증에 활용해야 알고리즘이 강화하는 확증편향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