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는 핵과 전자로 이뤄져 있다. 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되며, 양성자가 몇개냐에 따라 원자의 종류가 결정된다. 예컨대 양성자가 하나면 수소 원자고, 둘이면 헬륨이다. 몇가지 더 들면, 양성자가 6개면 탄소, 8개면
산소, 26개면 철, 29개면 구리, 79개면 금, 92개면 우라늄이 된다.
그러니까 이론적으로, 수소 원자 둘을 합치면 헬륨 원자 하나를 만들어낼 수 있다. 거꾸로 우라늄(양성자 92개)을 둘로 쪼개면, 바륨(양성자 56개)과 크립톤(양성자 36개)이 나온다. 이런 일은 현실에서 실제 일어나며, 앞이 핵융합, 뒤가 핵분열이다.
주목되는 건, 양성자 개수가 적은, 그래서 가벼운 원자는 합쳐질 때 에너지가 나오고, 거꾸로 양성자가 많고 무거운 원자는 쪼개질 때 에너지가 나온다는 점이다. 핵반응으로 만들어진 원자가 그 이전 원자보다 더 적은 에너지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핵반응 때 질량결손이 일어나고 줄어든 질량은 아인슈타인의 질량·에너지 등가방정식 E=mc²에 따라 에너지로 바뀐다.
핵분열에너지는 우리가 이미 사용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소에서는 중성자로 우라늄 원자핵을 때려 둘로 쪼개질 때 나오는 에너지로 물을 데워 터빈을 돌려 전기를 얻는다. 반면 핵융합에너지는 아직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핵융합 조건이 까다롭고 넘어야 할 기술 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원자핵은 모두 양(+)전하를 띠고 있어서, 가까이 접근하면 서로 전자기력으로 밀어낸다.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이 반발력을 극복하고 두 원자핵을 붙여야 하는데, 그러려면 1억도 이상의 고온이 필요하다. 또 연쇄반응을 유도하려면 에너지를 가둬둬야 하는데, 이 또한 쉽지 않은 난제다.
그렇지만 핵융합엔 포기하기 어려운 장점이 있다. 우선 핵분열보다 방사성폐기물이 적게 나온다. 그래서 환경을 둘러싼 사회갈등의 소지가 적다. 산출에너지는 더 크다. 히로시마 원자탄의 폭발력은 티엔티(TNT) 15킬로톤이었지만, 핵융합 수소탄은 그보다 1천배 큰 단위인 메가톤 규모다. 우라늄 매장량은 50~60년치밖에 안 남았지만, 수소는 바닷물에서 얼마든지 추출할 수 있다.
얼마 전 미국의 로런스리버모어국립연구소(LLNL)가 투입한 에너지보다 1.5배 많은 에너지를 얻는 ‘핵융합 점화’에 성공했다고 밝혔다. 투입보다 산출 에너지가 더 많은 핵융합은 지난해 말 처음 성공했고, 이번이 두번째라고 한다. 새로운 진전의 디딤돌이 되길 기대한다.
박병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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