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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 식량 위기는 재연되나

등록 2023-08-03 18:30수정 2023-08-04 02:06

인도 북동부 아삼주 나가온 지역에서 여성들이 논에 벼를 심고 있다. 나가온/신화 연합뉴스
인도 북동부 아삼주 나가온 지역에서 여성들이 논에 벼를 심고 있다. 나가온/신화 연합뉴스

[코즈모폴리턴] 조기원 | 국제뉴스팀장

지난해 2월 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발생했던 세계 식량 가격 급등 현상이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최근 인도에서 걱정스러운 소식이 들려왔다. 인도 정부는 지난달 20일 자국 전체 쌀 수출의 45% 정도를 차지하는 쌀(바스마티 품종이 아닌 흰쌀)의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인도가 이런 조처를 취한 이유는 최근 자국 쌀 가격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인도 상무부는 수출 금지 조처를 하면서 “6월 쌀의 소매 가격이 한달 전보다 3%, 한해 전보다는 11.5% 올랐다”고 밝혔다.

인도에서는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 등으로 쌀을 비롯해 여러 식량 가격이 크게 올랐다. 채소는 6월 전달 대비 12% 올랐고, 특히 토마토는 500% 상승했다. 인도 내부에서도 쌀 비축량이 4100만톤으로 필요 비축량 3배에 달하기 때문에 수출 금지는 지나친 결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내년 4~5월 총선을 앞둔 나렌드라 모디 정부는 국내 식량 가격 안정에 신경이 곤두서 있다.

인도는 전세계 쌀 수출량의 40.5%를 차지하는 최대 쌀 수출국이다. 인도의 쌀 수출 금지는 세계 식량 위기에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미국 연구소인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세계 42개국이 인도에서 수입되는 쌀에 의존하며, 베트남과 타이 같은 다른 쌀 수출 대국으로 수입 경로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 특히,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난해 인도산 쌀 수입 의존도가 80%를 넘는단다. 더구나 쌀은 다른 주요 곡물보다 생산국 소비가 많고 수출은 많지 않은 작물이기 때문에, 수출 대국의 수출 제한이 국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 총생산 대비 수출 비중이 밀 27%, 콩 42%, 옥수수 16%이지만 쌀은 11%에 그친다.

인도 쌀 수출 금지로 세계 쌀 수출이 10% 정도 줄 것이라고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내다봤다. 인도 쌀 수출 금지 조처 뒤 세계 쌀 수출 2위와 3위 국가인 타이와 베트남의 수출업자들이 쌀 수출 가격을 올려달라며 수입업자들에게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최근 전했다. 인도에 이어 타이와 베트남이 수출 제한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2007년 6월 베트남이 쌀 수출 제한에 나서자 같은 해 10월 인도가, 그리고 이듬해인 2008년 4월 파키스탄과 타이가 뒤를 따라, 쌀 가격이 크게 요동친 전례가 있다.

인도 쌀 수출 금지는 러시아가 흑해 곡물협정에서 이탈한 시점에 이뤄져 더욱 우려를 키운다. 러시아는 지난달 17일 우크라이나산 밀 등 곡물을 흑해 항구를 통해 수출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흑해 곡물협정 기간 만료를 하루 앞두고 협정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 주요 항구인 오데사 등을 공습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다뉴브강을 통한 수출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러시아는 다뉴브강변 항구도 드론(무인기)으로 공격하고 있다.

유엔에 따르면 흑해 곡물협정이 효력을 발휘하고 있던 시점에도 세계 인구 10명 중 한명꼴로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었다. 인도 쌀 수출 금지 여파는 수출 금지 기간과 다른 나라 동참 여부에 따라 크기가 달라질 수 있다. 전쟁과 기후변화로 인해 다시 세계 식량 위기 우려가 엄습하는 어두운 상황이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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