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열리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기고] 심창보 | 서울남부교육지원청 송무 변호사
어느 집단에서나 상식을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개인이 있다. 건강한 집단은 그런 이의 행동이 어떤 방식으로든 제한돼 설 자리가 없는 곳이다. 그런데 현재 학교에는 상식이 통하지 않는다. 비상식을 통제할 장치와 시스템이 없다. 왜 학교가 이렇게 되었을까?
한쪽에서는 학생인권조례로 대표되는 학생 인권 강화가 교권의 추락으로 이어졌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곧 학생인권조례를 손보고 학생들의 교육활동 침해 행위가 발생하면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물론 학생 인권의 강조와 집중이 교권과 아무런 영향이 없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직접 상관관계가 있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교권과 학생 인권이 양립할 수 없다면, 교권과 학생 인권은 반비례하며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관계에 있다면 너무나도 슬픈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럴 리 없다.
학생이 교사를 폭행한 사건이 연일 보도되며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데, 물론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고, 교사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구상해야겠지만, 어느 집단에서나 그러한 개인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또한 그 대상이 아직 미성숙한 학생이라면 그 비율이 더 높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학생이 학교 규칙을 위반한다면 규정에 따라 징계할 수 있고, 반복된다면 단계별 징계를 통해 전학이나 퇴학 조처를 내리는 것도 가능하다. 교원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침해한 학생, 학교폭력을 행사한 학생은 그 내용과 수위에 따라 곧바로 전학이나 퇴학 같은 중징계도 가능하다. 요컨대 학생과 교사의 관계에서만 본다면, 물론 더 나아가고 보완될 점은 많다 하더라도 충분히 상식이 통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조금 더 나아가,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는 것과 학생인권조례가 무슨 연관이 있다는 것인지?
그러나 학부모에 관해서는 말이 달라진다. 학부모라는 존재는 일반 행정청과 학교, 일반 공무원과 교사가 근본적으로 다른 이유 중 하나다. 일반 공무원은 민원 때문에 힘들어도 해당 민원인만 상대하면 된다. 그리고 그 민원인은 적어도 ‘자기 일’을 직접 겪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존재를 학교에 보내지만 그 학생의 교육활동을 직접 보지 못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식을 벗어난 일부 학부모의 민원과 항의의 정도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이 된다. 그리고 교사는 상식을 벗어난 행동을 하는 학부모에게는 학생과 달리 아무런 대처를 할 수가 없다. 학교와 교육청도 별다른 도움이 되어주지 못한다. 비상식에 대해 제재와 제한이 불가능해 상식이 설 자리를 잃어버리게 되고, 학교 환경은 엉망이 된다. 그리고 교사가 힘들고 무너지면, 그 피해는 교사뿐 아니라 학생들에게 전이된다.
이러한 비상식이 득세하는 것의 문제는, 교사가 애정으로 학생을 대하고 능력이 좋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 교사들은 매년 뽑기 운을 시험하게 된다. 운이 나빠 ‘꽝’이 당첨된다면 1년을 버텨야 하고, 버티지 못하면 휴직하거나 더 나쁜 일이 발생한다.
2년 전 초등학교 교사 한분이 교직을 떠났다. 누구보다 학생을 사랑하고 열심히 해 주변의 인망이 두터운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학부모의 비상식적인 괴롭힘에 결국 버티지 못하였다. 비상식적인 학부모의 행동을 그 누구도 제재하거나 대처해주지 않았다. 결국 선생님이 교직을 떠난 이유는 뽑기 운이 없었고, 1년을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몇달 전에는 관내 학교 담임교사 한분이 아동학대를 이유로 학부모에게 고소당했다. 학교는 아동학대로 고소를 당한 담임교사와 피해 아동을 같은 반에 둘 수 없어 기간제 교사로 급히 담임을 교체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내막을 알게 된 다른 학부모들이 단체로 민원을 내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아무런 문제가 없이 아이들을 사랑으로 대해주던 담임교사를 왜 한 사람 말만 듣고 교체해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주느냐. 학교에서 명확한 설명도 없이 담임교사를 교체해 아이들이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이쯤 되면 학교가 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능마저 그 수행이 힘들어진다.
요즘 교사들에게 “책잡힐 만한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조언이 유행이다. 이대로 가면 학교도 다른 일반 행정청처럼 무미건조하게 행정 사무를 처리하는 곳으로 바뀔 것 같다. 이미 바뀐 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