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꼭지에서 나온 물이 욕조를 채운다. 물이 곧 넘칠 듯한데, 당신이라면 어쩌겠는가. 이 상황에 처한 누구도 먼저 바닥에 수건을 깔거나 양동이를 찾진 않는다. 수도꼭지부터 잠글 것이다.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기후 책’에 언급된 스웨덴 기후운동가 그레타 툰베리의 말이다. 욕조는 지구, 물은 온실가스다. 툰베리는 “만일 누군가가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고 놔둔다면, 그 사람은 사태의 심각성을 무시하거나 부정하고 있으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즉시 해야 할 일을 미룰 때 벌어질 결과를 과소평가하는 것”이라고 했다.
파리협정 이후 8년이 지났다. 협정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의 절반으로 줄이기로 한 2030년까진 7년도 남지 않았지만,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외려 10% 이상 늘었다. 인류는 아직 수도꼭지를 잠그지 않았고, 물은 넘치기 직전이다. 지구 평균기온은 최고 기록을 연일 바꿔 쓴다. 지난 3일과 4일엔 섭씨 17.01도, 17.18도를 기록해 관측 이래 처음 17도를 넘어섰다. 올해는 바다 수온을 끌어올리는 엘니뇨가 7년 만에 시작되는 해다. 9월까지 발생할 가능성이 90%, 하반기 내내 지속할 가능성도 크다. 기록적 폭염과 이상강수, 강력한 태풍이 닥쳐올 것이다. 오송 지하차도 침수나 예천 산사태는 전조에 불과하다.
한데 윤석열 정부는 핵발전 산업 부양에만 골몰해 있다. 지난해 국가 온실가스 배출량(잠정치)은 6억5450만톤으로 한해 전보다 3.5% 감소했는데, 이를 친원전 정책 덕분으로 홍보한다. 핵심은 산업 부문 감소 때문이고 이는 수출이 준, 외부요인 탓이다. 경제 운용을 제대로 못해 배출량이 줄어든 것을 친원전 때문으로 포장한다. 그러면서 재생에너지는 홀대한다. 지난해 절반가량이 재생에너지에 쓰인 전력기금은 내년에 핵발전 생태계 강화에 쓰겠다(2024년 전력산업기반기금 운용계획안)고 하고, 100㎾ 이하 소형태양광 확산에 기여한 ‘한국형 발전차액지원제도(FIT)’는 중단시켰다.
최근 오스트레일리아의 경영 컨설팅 회사 나우스그룹은 멜버른대학 등과 협업한 보고서에서 “나중에 대규모로 핵발전이 배치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재생에너지 목표를 줄이면, 탄소중립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과도한 비용으로 달성해야 하는 중대한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석열 정부는 수도꼭지를 잠글 생각이 없는 걸까.
박기용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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