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뉴욕 타임스>가 지난 10일(현지시각) 스포츠부의 해체를 발표했다. 40명 안팎의 기자들을 뉴스룸의 다른 부서로 전환 배치하고, 스포츠면은 지난해 인수한 ‘디애슬레틱’의 기사로 채우겠다고 밝혔다.
갑작스러운 통보에 스포츠 기자들이 분노하고, 뉴욕 타임스 노동조합에서도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경영진은 “디애슬레틱 인수 이래 스포츠 저널리즘의 선두가 되고, 독자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뉴욕 타임스가 표면적으로 ‘스포츠 저널리즘’ 강화를 내세웠지만, 오랜 전통의 부서를 해체하기에 이른 데는 디지털 시대 경영 효율화의 압박이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의 인기와 산업 규모는 갈수록 커지지만, 미디어 기업은 비용 절감을 위해 아웃소싱을 하는 경우가 있다.
뉴욕 타임스가 지난해 5억5천만달러(약 7천억원)를 주고 인수한 자회사 디애슬레틱에서는 400명 이상의 스포츠 기자가 하루 150개 이상의 기사를 생산한다. 뉴욕 타임스는 디애슬레틱의 기사를 누리집 구성이나 뉴스레터, 에스엔에스(SNS) 등에도 다양하게 활용해 독자 서비스뿐 아니라 구독자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뉴욕 타임스는 스포츠 기자들을 산업부·전국부 등에 배치하면서, 이들이 스포츠와 돈, 권력 등과 관련한 심층 기획 취재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을 밝혔다. 프로 풋볼 선수들의 뇌진탕이나 메이저리거의 약물 사용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차별화된 보도를 하고, ‘스포츠 오브 더 타임스’라는 고정 칼럼을 통해 퓰리처상 등을 수상해온 전통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타 부서로 배치된 기자들이 조직 구성원 간 장벽을 넘어 스포츠 심층·탐사 보도를 해낼 수 있을지, 또 디애슬레틱이 주도하는 뉴욕 타임스의 스포츠면이 가독성에 기여할지는 미지수다.
미디어의 스포츠 보도 환경은 달라졌다. 인터넷으로 실시간 경기 정보가 유통되고, 영상과 기사의 결합이나 유튜브가 활성화됐다. 재야엔 ‘고수’들이 넘친다. 하지만 스포츠가 문화 현상이나 오락의 차원을 넘어 삶의 일부이고 뉴스이며 그래서 시민들의 ‘알 권리’를 지켜야 하는 또 하나의 영역이라면, 저널리즘의 가치를 고민해야 한다.
미디어의 형태 자체가 메시지의 의미까지 변화시킨다는 말은 고전이 됐다. 스포츠부라는 틀을 해체한 뉴욕 타임스가 옛 명성과 권위를 유지해나갈 수 있을지 궁금하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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