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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사장 날리면 ‘땡윤뉴스’가 되나

등록 2023-07-23 18:05수정 2023-07-24 02:38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현업,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언론회관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수신료를 볼모 삼아 방송을 장악하려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 현업,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지난 11일 오전 서울 중구 언론회관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수신료를 볼모 삼아 방송을 장악하려는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한겨레 프리즘] 이정국 | 문화팀장

“뚜, 뚜, 뚜, 땡! 오늘 전두환 대통령은….”

텔레비전 앞에 옹기종기 모여 과일을 먹으며 뉴스를 보는 게 하루의 마무리였다. 정각 아홉시를 알리는 시보가 끝나면 앵커 멘트는 거의 “전두환”으로 시작했다. 전두환의 행동과 말 한마디가 그날의 톱뉴스였다. 이 같은 보도 행태를 두고 “땡전뉴스”라고 부른다는 걸 안 건 조금 더 자란 뒤였다.

권력자의 ‘땡전뉴스’에 대한 갈망은 지금도 여전한 듯하다. 정권이 바뀌면 신문사에서 가장 바빠지는 곳 가운데 하나는 ‘미디어’ 분야다. 정책 변경과 인사 교체가 폭풍처럼 밀어닥치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 미디어 환경을 친정권적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 깔려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선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위원장 자리가 첫번째 먹잇감이다. 엠비(MB) 정권 때 최시중 방통위 위원장을 떠올리면 된다. 방통위 출범 직후 초대와 2대에 걸쳐 위원장을 지냈던 그는 ‘조중동’에 종합편성채널을 허가해주며 보수진영에 큰 선물을 안기는 등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오죽하면 별명이 ‘방통대군’이었을까.

다음으로 공영방송 손대기다. 사장 교체, 감사 등 방법으로 공영방송을 흔든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한국방송>(KBS) 정연주 사장, 2010년 <문화방송>(MBC) 엄기영 사장을 물러나게 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 수사와 국세청 조사 등이 있었다. 의결기구인 이사회도 정권 입맛에 맞는 보수 인사들로 재편한다. 이런 밀어붙이기식 인사는 결국 2012년 공영방송 총파업을 불러왔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이 레퍼토리는 반복되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검찰 수사를 받던 한상혁 전 방통위원장이 면직됐다. 후임에는 이명박 정부 청와대에서 홍보수석을 지냈던 이동관 전 수석이 거론됐다. 그는 청와대 재직 때 이른바 ‘문화방송 장악 문건’ 작성을 지시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최근에는 방송사 선거방송 기획단 구성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 했다는 주장이 야당에서 나왔다. 대통령이 이런 전력을 가진 인물을 지명한다면 ‘리틀 방통대군’의 복귀라고 봐야 하지 않을까.

공영방송 흔들기도 되풀이된다. 수신료 분리징수를 법이 아닌 시행령으로 강행하면서 공영방송 재원의 근간을 붕괴시켜버렸다. 겉으로는 국민을 위하는 정책이라지만, 재원 부족에 시달리는 공영방송을 둔 나라에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국민이다. 광고 확대로 인한 시청권 훼손, 재난·장애인 방송 같은 각종 공익방송 축소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민초들에게 돌아간다. 이와 함께 한국방송 이사회 윤석년 이사 해임과 남영진 이사장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도 이뤄지고 있다. 문화방송 또한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가 감사원 감사와 방통위의 검사·감독을 받는 등 비슷한 처지다.

전 정권 사례에서 보듯,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결국 공영방송 사장의 교체로 이어질 것이다. 교체 뒤 ‘낙하산’ 인사는 일종의 ‘국룰’이다. 김재철 문화방송 사장 시절 나온 ‘큰집 조인트’ 발언을 떠올려보자. 굴욕감은 구성원들 반발을 불러올 것이고, 또다시 공영방송 총파업이란 사회적 혼란이 야기되지 말란 법은 없다.

언론을 장악하겠다는 생각은 망상에 가깝다. 잠시 사장 등 경영진을 교체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구성원 전체, 또 다매체 시대라는 미디어 환경 자체를 바꿀 수는 없다. 소모적이고 실현 가능성도 없는 공영방송 장악 플랜을 하루빨리 접기 바란다. 사장 날린다고 ‘땡윤뉴스’가 되는 시대가 아니다. 역사의 한 기록을 소개하는 것으로 글을 마친다.

“제나라의 재상 최저는 장공을 시해하고 이복동생 경공을 옹립했다. 당시 제나라의 태사(사관을 담당하는 기관장)가 ‘최저가 장공을 시해했다’고 기록하자 최저는 태사를 죽여버렸다. 하지만 태사의 동생이 똑같이 기록했고, 최저는 그를 또 죽였다. 그러자 이번엔 막냇동생이 나서 똑같이 썼다. 그때야 최저는 그를 풀어주었다.”(<사기> 제태공세가)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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