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여름 몬순(6, 7, 8월)의 평균 강수량 변화를 예측한 기후 모델로 둘 다 비슷한 패턴을 보인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올여름 장마는 예외가 아니라 앞으로 일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녹색이 짙을수록 강수량이 늘어나고 빨간색이 짙을수록 줄어든다.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여름이 좋나요? 겨울이 좋나요?”
이 질문에 대한 과거 답변 데이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가 지날수록 겨울이 좋다는 비율이 늘어나고 있지 않았을까. 최근 수년 새 여름은 걱정을 넘어 두려움을 주는 계절이 돼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지구온난화로 지구 곳곳이 40도가 넘는 무더위에 시달리고, 엄청난 폭우 또는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여름 장마 피해가 막심하다. 괴산댐의 물이 넘쳐나는 모습이나 정선의 대규모 산사태 장면은 마치 외국 뉴스를 보는 것 같다. 아직 장마가 끝난 게 아니어서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장마가 지나가도 한동안 찜통더위에 시달려야 하고 초가을까지는 한층 강력해진 태풍을 걱정하며 보내야 한다.
최근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런 상황은 예외가 아니라 일상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난달 29일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는 아시아 여름 몬순의 미래를 예측한 논문이 실렸다. 아시아 여름 몬순은 대륙의 덥고 건조한 공기와 바다의 차고(상대적 개념이다) 습한 공기의 만남이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동아시아에 많은 비를 뿌리는 현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장마로 나타난다.
난징대를 비롯한 중국과 미국의 공동연구자들은 지난 수십년 동안 몬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지구온난화를 반영한 기후 모형을 만들었다. 이에 따르면 동아시아 여름 몬순의 변화 패턴은 지역에 따라 다르다. 양쯔강 중하류에서 한반도 남부(우리나라)와 일본 남부에 이르는 영역과 인도차이나, 필리핀 북부는 비가 더 많이 오고 일일 강수량 편차도 커지는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티베트를 포함한 중국 남부 내륙은 오히려 더 건조해진다.
한편 인류가 내보내는 에어로졸 역시 아시아 여름 몬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떠다니는 작은 입자로, 미세먼지도 그 가운데 하나다. 2010년을 전후해 동아시아의 에어로졸 배출은 감소세로 돌아선 반면 남아시아는 여전히 늘고 있다. 중국이 디젤차 배출 규제를 강화하고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는 반면, 인도는 인구가 늘고 생활 수준이 나아지면서 에어로졸 배출이 꺾일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학술지 <엔피제이(npj) 기후 및 대기과학>에 발표한 논문에서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을 비롯한 공동연구자들은 이런 차이가 몬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에어로졸은 대기에서 햇빛을 차단해 온실가스 증가로 인한 지구 표면온도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는데, 배출량이 줄어드는 동아시아의 기온이 더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육지의 증가 폭이 바다의 2.6배나 돼 온도 차가 커지면서 장마철 강수량도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21세기 들어 유럽과 북미에서 기록적인 폭염이나 홍수가 잦은 것 역시 온실가스 배출 증가와 함께 1970~80년대 대기오염의 심각성이 부각되면서 이 지역의 에어로졸 배출이 줄어든 게 배경이다.
동아시아에서만 미세먼지로 매년 100만명이 조기 사망하는 현실에서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충격을 줄이자고 에어로졸 배출을 줄이는 노력을 외면할 수는 없다. 결국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기후변화를 반영한 최신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자연재해 대응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일이 시급하다.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