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은 탄소중립 사회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지역이나 산업을 지원하는 한편, 일자리를 잃거나 낙오되는 이들이 없도록 하는 정책을 말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이 모두에게 ‘정의로운’ 방식이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용어는 1993년 미국 석유·화학·원자력노조의 토니 마초키가 ‘노동자를 위한 슈퍼기금’을 제안한 데 뿌리를 둔다. 독성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으려는 정부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게 생계 지원과 재취업을 위한 교육 기회를 주자는 것이었다. 이후 노조는 1997년 ‘정의로운 전환 연대’를 설립하며 이를 널리 퍼뜨렸다.
정의로운 전환에서 사회적 대화를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한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런 예시를 든다.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공장에 노동자 파블로와 경영자 퍼트리샤가 있다. 퍼트리샤는 친환경 기업에 대해 인센티브를 주는 정부 정책에 따라, 인근 마을의 태양광 패널로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기로 했다. 파블로와 퍼트리샤는 노동자와 경영진의 의견을 대표해 협의에 나선다. 해고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어떤 노동자를 다른 직무로 재배치할 것인지, 전력원 변경에 따른 비용절감액을 어떻게 재투자할 것인지 등이 주요 의제가 된다.
정의로운 전환은 전 지구적 과제다. 2015년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채택된 ‘파리협정’에도 명시됐다. 2030년까지 기후변화로 전세계 총 노동시간의 2% 이상이 해마다 손실된다고 한다. 날이 너무 더워져 일하기 힘들거나 작업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전체 고용의 40% 수준인 12억개 일자리가 건강하고 안정적인 환경을 필요로 한다. 탈석탄 정책은 당면한 관심사다. 국내 석탄발전을 가스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도 일자리의 43%가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태안·보령처럼 석탄발전소가 지역 내 가장 큰 기업인 곳은 지역경제 영향도 심각하다.
전력산업노조연맹은 지난 11일 정부를 상대로 ‘정의로운 전환에 반하는 국가기본계획 의결 위법 확인’ 소송을 냈다. 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는 다양한 사회계층 의견을 반영해 논의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10월 위원회를 새로 꾸리면서 노동자 대표를 빼버렸다. 위원 대부분을 교수·연구자로 채워, 사회적 대화 기능이 실종됐다.
황보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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