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서 ‘적당한 그림’이 뚝 떨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신문사들도 ‘디지털 퍼스트’(온라인 우선)를 외친 지 오래다 보니 ‘읽히는 디지털 기사’가 되려면 기사와 연관된 이미지를 붙여 독자의 관심을 끌어야 한다. 늘 ‘적당한 이미지’를 구하기란 쉽지 않아 그림을 잘못 붙였다가 저작권 문제로 항의를 받는 경우도 있다. “하늘에서 이미지가 뚝 떨어지길” 바라는 마음이 들곤 한다.
신문사들은 화백이나 디자이너를 고용하거나, 따로 작가에게 연락을 해 이미지 제작을 발주하곤 한다. 지금 보고 있는 이 칼럼도 일러스트 제작을 위해 칼럼 필자가 매번 마감 시간보다 반나절 일찍 글을 정리해 김재욱 화백에게 보낸다. 작가가 고심 끝에 작품을 완성하면 글에 그림이 붙는다. 글에는 기자 이름이, 그림에는 화백의 이름이 선명하다.
그런데 진짜 하늘에서 그림이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생성형 인공지능 시대, 기계가 창작물을 내놓는 세상이 열리면서 그렇다. ‘그래도 그렇지 인간이 그린 그림을 학습해 이리저리 모방한 것을 어떻게 자기가 그린 것이라 주장하냐’던 쑥스러움 따윈 쑥 들어가고 ‘이것은 인공지능이 생성한 그림’이라 주장하는 ‘뻔뻔함’이 상식이 되어가고 있다.
카카오의 인공지능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은 지난 10일 ‘인공지능 아티스트’라는 ‘칼로 2.0’을 선보였다. 원하는 그림의 내용을 입력하면 3초 만에 고해상도의 이미지가 생성된다. 한달에 60만장까지 무료다. ‘칼로 2.0’은 텍스트가 붙은 이미지 3억장을 학습한 상태다.
상품 사진도 인공지능이 뚝딱 만들어준다. 최근 쿠팡은 온라인 쇼핑몰에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서비스 ‘드랩아트’를 도입하기로 했다. 원하는 상품 콘셉트를 입력하면 인공지능이 배경, 조명 등을 만들고 심지어 사진 안에 있는 사람의 얼굴까지 새로 생성한다.
‘뚝 떨어진 그림’에 황당함을 넘어 위기감을 느낀 이들은 싸움에 나섰다. 세계 최대 이미지 제공업체 게티이미지, 화가들, 사진작가들이 인공지능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은 영국, 미국 등에서 진행 중이다. 지난 3월 미국 저작권청은 인공지능 생성물의 저작권 등록을 금지했고 국내에선 국가지식재산위원회가 논의를 시작했다. 쓸 것인가, 싸울 것인가? 고민하는 인간과 거침없는 인공지능. 그사이 이 칼럼의 글과 그림도 인공지능이 학습해버렸을 터인데!
임지선 경제산업부 빅테크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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