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의 위험성을 경계하고 걱정하는 목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수법은 과학의 권위 차용이다. 과학자들이 안전하다고 하는데 왜 과학을 믿지 않고 괴담을 양산하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안전하지 않다고 말하는 과학자도 있고, 안전성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말하는 과학자는 더 많다. 자신이 선택한 과학만이 진리라고 강변하는 건 과학이 아니라 종교의 태도다.
두번째 수법은 물타기다.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거르지 못하는 삼중수소가 자연에도 존재한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우리가 먹는 물이나 음식에도 삼중수소가 있다고 강조하면서 마치 무해한 물질인 척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류가 수만년 이상 먹어온 물이나 음식에 들어 있는 방사성 물질을 원전 폭발이나 유출로 인한 인공 방사능과 비교하는 건 야바위 같은 속임수다. 자연의 일부인 삼중수소는 오랜 시간 동안 양이 일정했지만, 인공 방사능은 새로 추가되는 것이다. 인류가 원자력을 발명하기 이전에 비하면 엄청난 양이 쏟아지고 있다. 더구나 삼중수소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는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과학에 대한 비과학적 요설 세번째는 먹이사슬과 체내 축적 무시하기다. 엑스선 같은 친근한 방사선과 비교하면서 스쳐 지나가는 것처럼 말한다. 내부 피폭과 외부 피폭의 효과가 같다고 어떤 과학은 말하지만, 다른 과학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내부 피폭이 훨씬 위험하다고 말한다. 중금속처럼 먹이사슬을 통해 축적되기 때문이다. 원자번호 55번인 세슘(Cs)과 19번인 칼륨(K)은 원자의 맨 바깥을 도는 전자인 원자가전자(原子價電子)가 둘 다 1개인 1족 원소여서 우리 몸은 세슘을 칼륨으로 착각해 쉽게 받아들인다. 원자번호 38번인 스트론튬(Sr)과 20번인 칼슘(Ca)은 원자가전자 2개인 2족으로, 역시 우리 몸은 스트론튬을 칼슘으로 착각해 뼈에 축적한다. 그래서 세슘과 스트론튬 체내 축적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칼륨과 칼슘의 예방적 섭취를 권하기도 한다.
방사성 세슘과 스트론튬은 백혈병을 비롯한 각종 악성 종양을 일으킨다. 둘 다 무거운 성질이어서 기준치 이하로 걸러 내보낸다고 하더라도 심층수나 해저 토양에 쌓일 수 있고, 플랑크톤으로부터 비롯하는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게 전이된다.
당장 우리 바다로 들어오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바다가 아무리 넓다 해도 인류의 후손들이 살아갈 유한의 공간 아닌가.
이재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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