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던 어느 날 지하철 승강장에서 뜻밖의 풍경을 마주했다. 우산이 거꾸로 놓여있었다. 흡사 우주에서 날라오는 전파를 모으는 전파망원경의 파라볼라 안테나처럼 보였다. 가까이 다가서 살펴보니 ‘천장 누수로 인하여 물받이 통을 설치하였습니다’라는 문구가 붙어있었다. 비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떨어지는 빗물을 한곳으로 모으기 위해 우산을 사용하고 있었다. 작은 역발상이었지만 잠시 멈칫하며 미소 지어졌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