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일 서울 종로구 태재대학교에서 열린 2023학년도 입학설명회에서 참석자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메타버스] 김상균 | 인지과학자·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향후 25년간 국내 대학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예측이 파다하다. 이런 상황에서 용감하게 개교를 준비하는 대학이 있다. 한샘 창업주가 사재를 출연해 세운 태재대학이다. 필자는 이 대학과 별다른 관련은 없다. 그런데 작년부터 필자와 마주친 이들이 이 대학의 성공 가능성에 관해 필자에게 자주 물어온다.
필자는 교육학을 전공하지 않았으며, 대학 행정 경험도 일천하다. 그러기에 다른 대학의 방향성에 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가 조심스럽다. 다만, 필자는 10년째 여러 대학에서 교수법 강연을 해왔고, 몇몇 대기업의 임직원 학습 플랫폼 개발에 관여했다. 그런 경험을 배경으로 태재대학에 관한 의견을 부족하나마 제시한다.
태재대학은 기존 대학 분류상 사이버대학에 해당한다. 그러나 여러 면에서 기존 사이버대학들과 차이점이 있다. 과목당 학생 수를 20명 이내로 제한한다. 수업은 모두 영어로 진행하며, 토론 및 프로젝트 중심이다. 오프라인 강의실을 유지하지 않고, 온라인을 통한 실시간 원격 수업과 메타버스 캠퍼스로 학생들을 지도한다는 접근이다. 학생들에게 한국, 일본, 미국, 중국, 러시아의 현장 체험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등록금은 기존 일반 사립대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요약하면 물리적 캠퍼스 운영에 드는 비용을 절감해서, 수업 혁신에 투자한다는 접근이다.
태재대학의 혁신적 시도가 좋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 필자는 크게 세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명성과 평판을 빠르게 형성해야 한다. 신생 대학이기에 아직은 학문적 명성이나 졸업생에 관한 평판 등이 형성되지 않았다. 교육의 결과로 이 부분을 빠른 속도로 채워가야 하는 게 태재대학의 숙명이다. 변화가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대학이 가진 인증, 배경 효과를 무시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둘째,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해야 한다. 태재대학은 교수의 선발과 관리에서 기존 대학과 다른 원칙을 제시한다. 교수는 수업만으로 평가받으며, 연구에 대한 의무 사항이 없다. 또한, 교수에게 정년을 보장하지 않는다. 끝없이 연마하고 경쟁하라는 취지이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우려되는 점이 많다. 연구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것은 연구에 대한 지원도 없다는 의미인데, 스스로 연구하지 않는 교수가 얼마나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나태해짐을 막고자 정년을 보장하지 않는 것 같은데, 반대로 교육과 연구에서 도전적인 시도보다는 안정적인 접근을 유도할 필요도 있다. 교수들에 대한 선발과 관리가 혁신적인 만큼 우수한 교수를 모으기 위한 혁신적인 유인책이 필요하다.
셋째, 이상적 수업 방식을 현실에 정착시켜야 한다. 교수들은 강의실에서 혼자 떠들면서 연습 문제 풀어주는 수업을 가장 편하게 여긴다. 교수들이 상대적으로 운영에 힘들어하는 수업은 이렇다. 실시간 온라인 수업, 토론식 수업, 실전 문제 해결 수업이다. 태재대학은 교수들이 어려워하는 수업 방식을 모아놓은 모습이다. 문제는 학생들도 그런 방식을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 태재대학이 제시한 교육 방식은 매우 이상적이지만, 교수와 학생 양쪽에게 익숙한 방식이 아니다. 이상을 현실화하기 위해 기술적 플랫폼과 새로운 교수법 정착을 위한 다양한 묘책이 필요하다.
이 칼럼의 제목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이 대학은 잘 될까? 그런데 여기서 대학이 잘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대학의 사회적 역할에 관한 원론적 논의는 하지 않겠다. 단적으로 보면, 많은 학생이 가고 싶어 하는 대학이면 잘 된 대학이다. 즉, 태재대학이 잘 될지는 학생 입장에서 탐나는 대학인지에 달려있다. 역사가 길지는 않으나, 사회적 평판과 명성이 빠르게 올라가고, 우수한 교수진이 혁신적 교수법으로 학생들을 성장시키는 대학이라면, 학생들이 탐내는 대학이리라 예상한다. 태재대학이 그런 사랑을 받으며, 우리 사회에서 대학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주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