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지나치게 뜨겁다. 한여름이 두려워진다. 기후위기를 막으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지만,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이미 배출한 대기 중 온실가스도 없애야 한다. 금세기 안에 1천억t에서 1조t을. 한국이 한 해에 배출하는 양이 6억8천만t(2021년)이니, 제대로 가늠도 되지 않는 양이다.
바다는 해마다 인류가 배출한 탄소의 30%를 흡수한다. 바닷속 탄소를 ‘블루카본’이라 부른다. 특히 심해층은 지구에서 가장 큰 탄소 저장소다. 대기 내 탄소량의 50배, 땅 위 초목과 토양, 미생물의 탄소 총량보다 10배 이상 많다.
해조류가 중요하다. 육상 식물은 죽으면 분해돼 대기로 탄소를 방출하지만, 바다에선 다르다. 해조류와 연안습지(갯벌) 식물이 광합성으로 품은 탄소는 바닷속으로 가라앉아 그대로 격리된다. 해조류를 양식하면 대기 중 온실가스를 포집해 바다에 가두게 된다. 천연의 탄소 포집·저장 장치다. 연안생태계의 단위 면적당 탄소격리량은 열대림의 최대 20배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세계 5대 갯벌로 평가받는 한국의 갯벌도 그렇다. 김종성 서울대 교수팀이 연구한 결과 2500㎢에 이르는 한국의 갯벌은 1300만t의 탄소를 저장하고 해마다 자동차 11만대가 배출하는 26만t의 탄소를 흡수한다. 하지만 우린 아직 그 가치를 제대로 모른다. 새만금 간척사업을 30여년째 하고 있다. 갯벌을 매립해 만드는 공항도 계획 중이다.
전기화가 진행 중인 차량과 달리 항공기는 배터리 무게로 전기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항공 산업은 2035년이 되면 운송 부문에서 탄소 배출량이 제일 많은 산업이 된다. 이 때문에 유럽 등에선 항공기 수요 자체를 줄이려 한다. 영국 런던 히스로공항의 제3활주로 건설이나 프랑스 파리 샤를드골국제공항의 4터미널 신축 계획은 모두 백지화됐다. 기차로 갈 수 있는 거리는 항공기 운항을 금지하는 법도 시행한다.
갯벌을 매립해 공항을 짓겠다는 건 기후위기 대처 포기 선언이나 다름없다. 현재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1308명의 국민소송인단을 원고로 한 새만금신공항 개발사업 기본계획 취소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난달 1일 2차 재판이 서울 양재동 행정법원에서 열렸다. 다음 기일은 9월14일 오후 3시20분이다. ‘수라’는 새만금에 마지막으로 남은 갯벌의 이름이다.
박기용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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