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가 빼곡히 박힌 현수막이 몸뚱이에 어지럽게 묶여 있다. 바람이라도 세게 부는 날엔 제 몸 가누기도 힘들 텐데 뿌리라도 흔들리면 어쩌나 살짝 걱정이 든다. 도시에 사는 나무는 먼지와 소음 속에서 삶을 이어가면서 사람들의 탄식과 아우성도 넉넉히 받아준다. 더운 여름날 나무 그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리다 현수막에 적힌 글들을 다 읽었다. 나무기둥에 줄을 묶은 사람, 나무그늘에서 글을 읽은 사람, 모두에게 나무는 참 고맙고 미안한 존재였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