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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우리 인생의 OST, 엔니오 모리코네 [유레카]

등록 2023-06-28 17:22수정 2023-06-29 02:39

“엔니오 모리코네(1928~2020)는 우리 인생의 사운드트랙이죠.”

영화음악가 한스 치머가 선배 거장 음악가에게 바친 헌사다. 그의 말마따나 우리 대부분은 모리코네의 영화음악을 들어봤으며 그에 얽힌 추억 한두개쯤은 지니고 있을 것이다.

1928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모리코네는 의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트럼펫 연주자인 아버지 뜻에 따라 11살 때부터 트럼펫을 불었다. 아버지가 아프면 대신 나가 생계를 위해 연주해야 했다. 음악원 교수의 권유로 작곡을 배운 그는 ‘스파게티 웨스턴’이라 불린 이탈리아 서부영화로 영화음악계에 발을 들였다. 이 장르 대표 감독 세르조 레오네(1929~1989)도 그를 찾았는데, 알고 보니 어릴 적 같은 반 친구였다. <황야의 무법자>의 휘파람 음악은 모리코네의 이름을 널리 알렸고, <석양의 무법자>에서 코요테 울음소리를 흉내 낸 “와우와우와 와와와~” 대목은 서부극을 상징하는 음악이 됐다. 둘이 할리우드에서 합작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이전까지 모리코네를 외면하던 순수음악계에서도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미션>도 빼놓을 수 없는 대표작이다. “음악이 필요 없는 영화”라며 처음에 거절했던 모리코네는 문득 롤랑 조페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영감이 떠올랐다며 입으로 “따라라라라~” 했다. 그 유명한 ‘가브리엘의 오보에’다.

<시네마 천국>도 처음엔 거절했다가 “대본이라도 봐달라”는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간청에 수락했다. 당시 신인이나 다름없던 토르나토레를 모리코네는 존중해줬다. <시네마 천국> 대성공 이후 둘은 <피아니스트의 전설> <말레나> <베스트 오퍼>를 합작했다.

토르나토레는 모리코네의 삶과 음악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엔니오: 더 마에스트로>를 연출하기도 했다. 모리코네는 토르나토레가 아니면 다큐 작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했다. 이 영화는 2020년 모리코네가 별세한 이듬해 베네치아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았고, 오는 7월5일 국내 개봉한다.

모리코네는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400여편의 영화·드라마 음악과 100여곡의 클래식 음악을 작곡했다. 2016년 모리코네에게 첫 아카데미 음악상을 안긴 <헤이트풀8>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그를 두고 “모차르트·베토벤에 견줄 만한 작곡가”라고 했다. 이에 모리코네는 “모차르트·베토벤 운운은 200년 뒤에나 합시다”라고 답했다. 200년까지 갈 것 없이 그는 이미 ‘우리 인생의 사운드트랙’이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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