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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중국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들, 위안화와 대사의 언행

등록 2023-06-21 19:08수정 2023-06-22 02:08

위안화. AFP 연합뉴스
위안화. AFP 연합뉴스

[세상읽기] 박복영 | 경희대 교수·전 청와대 경제보좌관

지난 30년간 중국의 추격은 무서웠다. 지금 같은 지정학 시대가 도래한 이유도 미국이 이런 추격에 위협을 느꼈기 때문이다. 30여년 전인 1990년 중국은 세계 인구의 20%를 차지했지만 경제 비중은 2%에도 못 미쳤다. 중국 인구 대다수가 절대빈곤 상태에 있었다. 미국 경제규모의 5%에 불과했던 중국이 이제 75%까지 추격했다. 무역에서의 성장은 더 눈부시다. 중국 무역규모는 이미 오래전에 미국을 추월했다. 지금 세계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18%, 미국 비중은 12%다. 그런데 군사력은 중국이 미국보다 한참 아래다. 항공모함 등 보유 전력도 열세인데다, 중국의 연간 국방비 지출액(3천억달러)은 미국(8천억달러)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군사력보다 중국을 더 왜소하게 만드는 것은 위안화의 국제적 위상이다. 국제결제에 사용되는 통화는 여전히 미국 달러가 압도적이다. 유로가 많이 사용되는 유럽을 제외한 지역에서 무역대금의 약 80%는 달러로 결제된다. 국제금융거래를 포함한 결제에서 위안화 사용 비중은 2% 남짓이다. 무역만 보면 이보다 조금 더 높지만, 이는 중국이 무역거래 때 위안화 결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각국의 외환보유고 구성도 비슷하다. 미국 달러가 60%를 차지하고 위안화 비중은 3%에 미치지 못한다. 이것도 그나마 중국과 특수 관계인 러시아 등 몇 나라에서 위안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은 패권국 미국의 힘이 상당 부분 달러에서 나온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2008년 세계금융위기 이후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드는 데 본격적으로 나섰다. 중국 기업이 무역이나 해외투자를 할 때 위안화를 쓰도록 유도했고, 다른 나라들이 위안화를 많이 사용하도록 하기 위해서도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수십개국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고, 위안화 직거래 외환시장을 개설하기도 했다. 그런데 15년이 지난 지금 이런 노력의 결과는 초라해 보인다.

왜 그럴까? 금융의 발전은 신뢰와 투명성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금융이라는 구조물이 철근과 콘크리트가 없어도 버티는 이유는, 상대에 대한 신뢰와 각자의 투명성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기 때문이다. 유형의 물건을 제조하는 능력은 단기간에 추격이 가능하지만, 금융은 그렇지 않다.

수년 전 달러 패권을 서구 대형 금융기관들의 음모에 의해 만들어진 것처럼 설명한 중국인 저자의 책이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인기를 누렸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국제통화는 국가 간 책략이나 기획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잘못된 평가다. 어떤 화폐가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것은 소수 금융기관이 음모를 꾸민다고, 정부가 노력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세계의 개인, 기업, 금융기관들은 가치의 안정성을 유지하면서도 적정량의 통화를 공급할 것이라고 신뢰할 수 있는 나라의 화폐를 선택한다. 다시 말해서 중국이 이런 신뢰와 투명성을 갖추지 못하는 한 위안화는 국제통화가 될 수 없다.

중국 위안화의 지위가 당분간 크게 올라갈 가능성은 작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 평가다. 위안화의 달러 지위 잠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느리다고 해서,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는 전투기 이름을 따서 ‘스텔스형 잠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앞으로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신뢰를 높이지 못한다면 이런 잠식마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행동해서는 상대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자신의 규모만 믿고 상대국을 대한다면 그 한계는 뻔하다. 얼마 전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면 후회하게 된다”는 주한 중국대사의 위협적 언행은 그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국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려고 소위 ‘일대일로’ 정책을 10여년간 펼쳐왔다. 시진핑 주석은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대륙의 운송망을 강화하는 동시에 위안화 국제화도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무려 1조달러 규모 위안화 차관이 투입된 이 프로젝트로 저개발국에 수만㎞의 철도와 도로를 건설했지만, 위안화를 국제통화로 만들지는 못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중국은 되돌아봐야 한다. 규모와 자금만으로는 얻을 수 없는 무형의 힘이 있다. 중국대사의 발언은 그런 힘을 얻는 데 있어 지금 중국이 가진 한계를 잘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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