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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1983년과 2023년의 20살 월드컵

등록 2023-06-11 15:25수정 2023-06-12 02:38

한국 20살 축구대표팀이 이룬 ‘1983년 멕시코 청소년대회’ 4강과 ‘2023년 아르헨티나 U-20 월드컵’ 4강 진출 사이에는 40년 시차가 있다. 똑같은 대회이지만 명칭이 바뀌었고, 4강의 의미도 다르다.

지도자의 리더십 색깔 차이는 가장 도드라진다. 1983년 멕시코 대회 사령탑이었던 박종환 감독은 ‘독사’였다. 혹독한 체력 훈련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선수들은 고지대 적응을 위해 방독면을 끼고 달렸고, 1~6번의 약속된 전술에 맞게 자동으로 움직여야 했다. 오랜 기간 합숙 훈련은 기본이었다. 언론 기사에서도 강압적인 팀 분위기를 엿볼 수 있다. “선수들은 가족이나 소속팀을 떠나 반년간 각고의 훈련을 쌓았다”(동아일보), “피눈물 없는 코치, 초인적 훈련의 결정체”(조선일보) 등이 그렇다.

이번 20살 대표팀을 지휘한 김은중 감독은 다르다. 무서운 지도자라기보다는 ‘다정한 형’이라고나 할까. 나이지리아를 꺾고 4강에 오른 선수들에게 고마움의 눈물을 보인 것은 마음이 통하는 용병술의 단면이다. 스파르타식 훈련보다 정보와 과학으로 세계 흐름을 따라간 것은 당연하다. 40년 전에는 많이 뛰면 좋은 줄 알았으나, 2001년 거스 히딩크 감독 부임 뒤 체력 훈련의 효과는 휴식을 통해 확보된다는 지식이 일반화됐다. 고갈된 체력은 쉬어야 증강되고, 기존보다 늘어난 상태에서 실전을 치러야 한다.

과거엔 결과가 과정을 정당화했다. 사후적 시점에서 선수들이 겪었던 불합리한 일들이 미화됐다. 이젠 결과는 과정에 의해 반성적으로 평가받는 시대다. 소통과 상호 존중의 리더십이 없으면 선수들이 따르지 않는다. 주변의 무관심 속에서도 벤치 선수까지 챙기며 원팀을 이룬 김은중 감독은 실속과 재기 발랄한 축구로 통제보다 강한 자율성의 힘을 보였다. 주장 이승원은 “감독님의 가슴을 울리는 말이 진짜 동기부여가 된다”고 했다.

김은중 감독은 “이 또래의 축구가 선수들에게 가장 재미있다”며 1년6개월의 대표팀 여정을 돌아봤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한국 선수들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한 열쇳말은 ‘재미’였다. 출산율 저하로 갈수록 선수 자원이 부족해지는 상황에서, 그의 ‘즐거운 축구’ 모델은 자식을 둔 부모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 역대 세번째로 일군 20살 대표팀의 월드컵 4강 진출은 그래서 더 새롭다.

김창금 스포츠팀 선임기자 kim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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