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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나화린의 용기가 ‘길’이 되려면

등록 2023-06-09 19:00수정 2023-06-09 20:01

[한겨레S] 다음주의 질문
지난 3일 강원도 양양군 양양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강원도민체육대회 사이클 경륜 일반여성 1부 경기에 트랜스젠더 여성 나화린 선수가 출전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3일 강원도 양양군 양양사이클경기장에서 열린 강원도민체육대회 사이클 경륜 일반여성 1부 경기에 트랜스젠더 여성 나화린 선수가 출전해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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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대회 출전이 이슈가 되길 바랍니다.”

자신이 트랜스젠더임을 공개한 나화린(37) 선수가 지난 3일 열린 강원도민체육대회를 앞두고 <한겨레>와 한 인터뷰에서 밝힌 출사표다. 나 선수는 자전거 여성 부문 2개 종목(경륜·스크래치)에 출전해 우승했다. 남성으로 태어난 그는 지난해 여성으로 성확정(성전환) 수술을 마쳤다.

한국에서 트랜스젠더 선수가 대회에 출전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나 선수가 등장하기 전까지 한국 사회는 트랜스젠더 선수의 경기 참여에 무관심했고, 관련 논의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몇몇 국가에선 실제 사례가 이어지면서 트랜스젠더와 경쟁을 둘러싼 논의가 공론장에 올랐다. 2년 전 도쿄올림픽에는 뉴질랜드의 로럴 허버드(45)가 성확정 수술을 받고 여자 역도 경기에 출전해 ‘올림픽에 참가한 최초의 트랜스젠더’로 기록됐고, 지난해 3월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수영대회 여자 자유형에서도 트랜스젠더 여성 리아 토머스(24)가 우승해 화제를 모았다.

트랜스여성(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 변경)이 여성부 경기에 출전할 때 곧장 따라오는 논란거리는 ‘공정성’이다. 성별 이분법이 가장 명확한 스포츠에서 공정성은 ‘생물학적 차이’와 관련이 있다. 트랜스여성이 남자였을 때 가진 신체적 이점을 이용하면 시스젠더(지정 성별과 성정체성이 일치) 여성보다 유리하고 이는 공정한 경쟁을 침해한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는 남성이 여성보다 신체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전제에서 시작된다. 여성에서 남성으로 성별을 변경한 트랜스남성이 남성부 경기에 출전하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 현상과도 상통한다. 지정 성별이 여성이었던 사람은 남성부 경기에 출전해도 판을 뒤흔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5년 11월 트랜스남성에게는 어떤 제한도 두지 않은 반면, 트랜스여성에게는 △성정체성이 여성임을 선언하고 이를 최소 4년 동안 유지해야 하며 △대회 직전 12개월 동안 남성 호르몬 혈중 농도가 혈액 1리터당 10나노몰 이하여야 한다는 규정을 신설했다. ‘진짜 여성’임을 증명하라는 규정은 차별 논란이 불거지며 2021년 11월 모두 사라지긴 했다.

통상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근력이 더 좋지만 모든 종목에서 우월한 실력을 보인다고 일반화하긴 어렵다. 우리나라 양궁 국가대표 성적을 보면, 남성보다 여성이 우월하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리커브 단체전 예선에서 여자 대표팀 점수(2038점)가 남자 대표팀 점수(2037점)를 웃돈 일도 있었다.

스포츠에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다양하다. 체격뿐 아니라 훈련 방법, 경기 경험 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남자로 태어나야만 신체적 이점을 갖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트랜스여성 선수가 시스젠더 여성 선수보다 무조건 유리하다는 과학적인 근거도 없다. 오히려 트랜스여성 선수가 호르몬 투여를 지속하면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이 있다.

나 선수의 용기 있는 도전이 공정성 논란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 앞으로 스포츠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영역에서 소수자의 참여권을 보장하기 위한 논의를 차분히 진전시켜야 한다. 성소수자 차별과 배제, 혐오의 언어로는 성별 이분법에 기초한 세계를 깰 수 없다.

오세진 젠더팀 기자 5sj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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