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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운오리’에서 ‘자우림’이 된 사연 [유레카]

등록 2023-06-06 13:40수정 2023-06-07 02:37

데뷔 25돌 다큐 개봉하는 자우림. 김재욱 화백
데뷔 25돌 다큐 개봉하는 자우림. 김재욱 화백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이라니. 밴드 자우림(紫雨林)은 이름부터 시적이다. 그런데 처음부터 자우림은 아니었다. 애초 이름은 ‘미운오리’였다. 미운오리가 자우림이 된 사연은 영화와도 같은 데뷔 스토리 속에 자리한다.

1990년대 중후반 김윤아(보컬)·이선규(기타)·김진만(베이스)·구태훈(드럼)의 라인업을 갖춘 미운오리는 서울 홍익대 앞 라이브클럽 ‘블루 데빌’ 무대에 정기적으로 섰다. 무명이라 사람이 가장 뜸한 목요일에 공연했는데, 관객이 아예 없을 때도 많았다고 한다. 그러다 토요일 간판 밴드 ‘유앤미 블루’(방준석·이승열)가 빠진 자리에 대타로 들어가게 됐는데, 그런 그들을 눈여겨본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영화 <꽃을 든 남자> 제작진이었다. 유앤미 블루에게 오에스티(OST) 작업을 의뢰하러 왔던 이들은 미운오리를 발견하고 참여를 제안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노래가 1997년 데뷔곡 ‘헤이 헤이 헤이’다. 당시 미운오리가 아마추어 밴드 이름 같다는 영화 제작진의 지적에 급하게 만든 새 이름이 자우림이다. 자우림은 상큼·발랄한 ‘헤이 헤이 헤이’로 지상파 음악방송 1위 후보까지 올랐다. 같은 해 발표한 1집 <퍼플 하트>에선 싸늘하게 식은 연인에게 입 맞추는 기괴함(‘밀랍천사’)과 신도림역 안에서 스트립쇼를 하는 파격(‘일탈’)마저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발표하는 앨범마다 히트곡을 내면서 스타 밴드로서 입지를 굳혔다.

자우림은 인디 출신으로 주류 무대에서 성공한 상징적 존재다. 무엇보다 놀라운 건, 20년이 훌쩍 넘는 세월 동안 슬럼프 한번 없이 성실하게 앨범을 냈을 뿐 아니라, 모든 결과물이 고르게 높은 수준을 보여줬다는 점이다. 2013년 발표한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9년 뒤인 2022년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tvN)의 모티브가 되면서 온 국민의 첫사랑 노래로 등극하기도 했다.

자우림은 지난해 데뷔 25주년을 맞아 기념 앨범을 내고 기념 공연도 했다. 또 이 모든 과정을 담은 다큐 영화 <자우림, 더 원더랜드>를 제작해 7일 개봉한다. 다큐에서 그들은 “그저 우리 이름으로 된 앨범 한장을 갖고 싶었을 뿐, 이렇게 롱런할 줄은 몰랐다”고 말한다. “함께 나이 들어 행복하다”는 밴드와 팬들을 보고 있노라면, 30주년, 40주년도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서정민 문화부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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