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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6411의 목소리] 비정규직 자동차 영업사원의 설움을 아시나요

등록 2023-05-31 19:35수정 2023-06-09 13:39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소를 제기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비정규직 영업사원도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는 대리점 소속 노동자임을 인정받았고, 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설립신고증도 발급받았다. 이를 근거로 전국 대리점 대표들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대리점 대표들은 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 제공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필자 제공

김선영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판매연대지회장

나는 현대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이다. 주위에서 현대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이라고 하면 대기업 다닌다고 다들 부러워한다. 그런데 현대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이 정규직 영업사원과 비정규직 영업사원으로 나뉘어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잘 모른다.

자동차 영업사원도 모두 정규직인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아이엠에프(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현대자동차는 경영난을 이유로 정규직 영업사원에게 위로금을 주고 비정규직 영업사원으로 전환하는 구조조정을 했고, 이후 현대차 판매전시장은 정규직 영업사원이 근무하는 지점과 비정규직 영업사원이 근무하는 대리점으로 이원화됐다. 현재 전국 현대자동차 판매전시장 가운데 지점은 350개소, 대리점은 370개소다. 비정규직과 정규직 사원 비율 또한 50:50 정도다.

나는 2001년 5월 현대자동차 안산중앙대리점에 입사했다. 기본급이 없고 4대 보험 가입이 안 된다는 사실은 입사 뒤에야 알게 됐다.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이다. 법적인 고용주는 대리점주지만 주요 업무와 관련해서는 원청인 현대자동차로부터 직접적인 지휘를 받는다는 점은 정규직과 다를 바 없었다. 대리점 입사부터 원청 승인이 있어야 가능하고, 수많은 교육도 원청에서 직접 실시하며, 업무감사와 직급 부여도 원청인 현대자동차가 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특수고용노동자 신분이다. 그래서 많은 차별을 받는다. 정규직처럼 매달 2, 3회 당직근무를 하지만, 정규직에 주는 당직수당과 식대를 받진 못한다. 명절에 받는 현대차 임직원 복지몰 포인트도 정규직의 절반인 11만원이다. 현직 조합원들은 지난해 준다던 코로나특별격려금 또한 정규직에만 지급됐다고 말한다.

이런 부당한 노동환경을 바꾸기 위해 2015년 8월 노동조합을 설립하고, 정규직 영업사원처럼 4대 보험 가입을 요구했다. 그러자 현대자동차 압박을 받은 대리점 대표들은 직원들 노조 탈퇴 작업에 나섰고, 조합원들이 탈퇴를 거부한 대리점은 폐업이라는 방법으로 아예 일자리를 없앴다. 내가 근무하던 대리점도 노조 설립 5개월 만에 폐업해 나 또한 일자리를 잃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포기하지 않았다. 소를 제기해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비정규직 영업사원도 노동조합법의 적용을 받는 대리점 소속 노동자임을 인정받았고, 노동부로부터 노동조합설립신고증도 발급받았다. 이를 근거로 전국 대리점 대표들에게 단체교섭을 요구했지만, 대리점 대표들은 노동위원회 판정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8년 8월16일 서울행정법원은 우리가 노동자임을 인정하며 대리점 대표들에게 단체교섭에 응하라고 했고, 이 판결은 2019년 6월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하지만 대리점 대표들은 단체교섭 거부를 이어갔고, 금속노조 자동차판매연대지회가 부당노동행위로 대리점 대표 60여명을 노동부에 형사고소한 뒤에야 단체교섭에 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노조의 단체협약 요구안은 대리점에서 결정할 수 없고 원청인 현대자동차의 권한이라며 모두 거부했다. 현대자동차 역시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없다며 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무시하고 있다. 이는 현대자동차를 상대로 한 불법파견 소송(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지난해 우리가 최종 패소했기 때문이다.

2023년 지금도 노조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대리점 대표들의 운영기한을 65살까지로 정하고 있다. 점주가 65살이 되면 계약을 해지해 매년 40~50개 대리점이 폐업하고, 새로 계약한 대리점들이 해당 지역에 다시 문을 연다. 이 과정에서 선별적으로 고용승계가 이뤄진다. 내가 아는 범위에서 고용이 승계된 이는 전원 노조에 가입되지 않은 이들이었다. 반면에 나를 비롯해 국회 농성장에 있는 10명 남짓 동료들은 모두 노조에 가입했다가 모두 고용 승계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쪽에 대리점 폐업과 고용승계에 관한 자료를 요청했으나 그들은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나는 요즘 국회 앞 천막농성장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해고된 뒤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2년 넘게 천막농성했고, 지난해 5월부터는 현대자동차 국내사업본부 앞에서, 올해 3월부터는 국회 앞에서 천막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아침 일찍 방송장비를 설치하고 출․퇴근 시간과 점심시간에 맞춰 시민에게 이런 우리 사정을 알리고 있다. 이 생활이 올해로 8년째다. 하지만, 우리는 그리고 나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고 노동3권이 온전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싸울 것이다. 내가 일하던 일터로 다시 돌아갈 때까지.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일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4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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