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초 국회 상공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 3명이 경제단체 등의 지원을 받아 부부 동반 ‘뇌물성 외유’를 다녀온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가 법안 날치기·몸싸움에 세비 기습 인상, ‘떼거리 외유’ 등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던 차에 벌어진 일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여야는 국회의원 윤리강령 및 윤리실천규범을 잇따라 제정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국회 윤리특별위원회를 설치했다. 법적 책임 이전에 자정 노력을 보여 국민의 신뢰를 되찾겠다는 다짐인 셈이다.
국회법은 국회의원이 이해충돌, 청렴의무 등을 위반했을 때 윤리특위 심사를 거쳐 징계를 받도록 하고 있다. 여야는 종종 논란을 빚은 소속 의원을 윤리특위에 제소하며 ‘읍참마속’하는 모습을 연출한다. 다만 윤리특위에는 ‘제소’는 있어도 ‘결론’은 없다. 21대 국회 들어 여야 의원 징계안 39건이 올라와 있지만, 단 한건도 처리되지 않았다. 지난해 보좌관 성추행 혐의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명되고 윤리특위에 제소된 박완주 의원 징계안은 지금껏 논의조차 된 바 없다. 20대 국회에도 47건의 징계안이 올라왔지만 회기 만료와 함께 그대로 폐기됐다. 징계 수준 역시 제명을 빼곤 경고·사과·출석정지 등 솜방망이 수준이다. 윤리특위가 ‘최고형’인 제명을 의결해 본회의 투표에 부친 건 ‘아나운서 성희롱 발언’의 강용석 전 의원(2011년), 성폭행 의혹을 받은 심학봉 전 의원(2015년)뿐이다. 그나마 강 전 의원 제명안은 본회의에서 부결됐고, 심 전 의원은 본회의 투표 전 자진사퇴했다.
가뜩이나 유명무실한 윤리특위는 여야 합의로 2018년 7월 비상설위원회로 위상이 격하됐다. 활동 시한이 종료되면 징계할 의원이 있어도 심사를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심사 기한도 없어 무작정 시간끌기가 가능하다. 민주당은 최근 거액의 가상자산 보유 논란을 빚은 김남국 의원을 국회 윤리특위에 뒤늦게 제소했다. 이재명 대표의 ‘결단’이라고 강조했지만, 안건 상정에 필요한 숙려 기간(20일)을 생략할 수 있는 여야 공동 징계안 대신 별도 징계안을 냈다. 김 의원에게 국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 의견 제출 기한(최장 60일)까지 모두 80일을 벌어준 것이다. 전례에 비춰 보면, 김 의원 징계안은 여야의 묵인 속에 회기 만료로 폐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제 식구 감싸기에는 대동단결해온 국회 윤리특위가 이번에는 달라질지 지켜볼 일이다.
최혜정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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