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와 소형모듈원자로, 탄소포집 기술. 김재욱 화백
1만2천년이나 일정했던 지구 기후가 갑자기 변하면서 우리가 맞는 파국은,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 아니라 사실상 확정된 미래다. 파국의 한계선이 섭씨 1.5도인데 이미 1도 이상 올랐다. 파리기후협정(2015년) 이후 8년째지만, 그사이 지구 전체 온실가스는 10% 늘었다. 7년 뒤인 2030년까지 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197개국이 합의한 목표는 사실상 달성 불가라 봐야 한다. 이미 배출했고 지금도 배출 중인 온실가스로 지구 온도는 계속 올라갈 것이다.
문제에 대처하는 정석은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는 것이다. 한데 기후 문제에서만큼은 이런 접근이 없다. 사회경제체계를 바꾸지 않고, 지금까지처럼 살아도 괜찮다는 낙관이 만연해 있다. 기술적 해법 탓이다. 소형모듈원전(SMR),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이 대표적이다. 지난 4월 국무회의에서 확정한 한국 정부의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을 보면, 정부는 2030년까지 전환 부문(발전)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조화’를 통해 온실가스 1억2370만톤(전체 감축량의 42.5%)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독자 에스엠아르 노형을 개발하고, 시시에스를 통해선 1120만톤(3.8%)을 감축한다.
시시에스는 엔트로피를 역진하는 기술이다. 대기 중 온실가스만을 골라 액체·고체로 만들어 땅속에 가두는 건 열역학 2법칙을 거스르는 과정이다. 당연히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하다. 아이슬란드에선 2021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공기 중 이산화탄소 포집 장치가 가동에 들어갔는데, 예상 포집량이 고작 연간 4천톤이었다. “전세계가 3초간 배출하는 양”(그레타 툰베리)이라는 비웃음이 따라붙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그나마 작물을 재배해 이산화탄소를 흡수한 뒤 그 작물을 바이오 에너지로 쓰고, 그 과정에서 나온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땅에 묻는 해법을 현실적이라 봤지만, 필요한 토지가 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륙만 하다.
에스엠아르도 그렇다. 원전은 용량이 줄수록 발전량이 줄지만 안전규제 비용은 그만큼 줄지 않는다. 경제성이 떨어지는 문제에 빠진다. 에스엠아르가 세계적으로 단 한 기의 실험로조차 건설된 적 없는, 설계 도면으로만 존재하는 개념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현실성 없는 기술이 우리를 구원할 것으로 기대하는 심리는 단순한 확증 편향일까.
박기용 <한겨레21>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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