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목포 ‘괜찮아마을'의 지역살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청년들. <한겨레21>박승화 선임기자
[한겨레 프리즘] 허윤희 | 전국팀장
5년 전 늦가을 목포행 기차를 탔다. 출장의 목적지는 목포시 측후동에 있는 ‘괜찮아마을’. 여느 마을과 다른 이 마을은 전국 청년들을 대상으로 한 ‘6주 지역살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으로, 6주 동안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숙소를 제공하고 지역살이 강연, 집단상담, 섬 여행 등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박명호·홍동우 대표가 만든 청년 혁신 스타트업인 ‘공장공장’이 이 마을을 꾸렸다. 두 대표는 강제윤 시인에게 우진장이라는 옛 여관을 20년 장기 임대 받은 뒤 낯선 목포에 내려왔다.
괜찮아마을에 머물고 있던 청년 10여명을 인터뷰하며 이 마을이 독특한 커뮤니티라고 느꼈다. 괜찮아라는 이름처럼 뭐든 괜찮다고 말하는 곳이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쉬기만 해도 괜찮고, 실패해도 괜찮다고? 그들은 그 안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각자 무거운 고민과 아픔을 품고 온 청년들이 마을을 산책하고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눴다. 신기하게도 그들은 괜찮아마을의 공동체 안에서 위로를 받거나 다시 살아갈 힘을 얻기도 했다. 뒤처질세라 앞만 보고 달리느라 지치고 아팠던 그들은 쉼과 치유의 시간과 함께할 사람이 절실했던 거였다.
그 마을은 여전히 그곳에 있을까. 궁금했다. 5년이 지난 지금도, 괜찮아마을은 목포에 있다. 2018년 8월 1기 프로젝트를 시작해 올해 3월까지 21기를 진행했다. 그동안 프로그램에 청년 230명이 참여했다. 그들 중 현재 30여명이 목포 원도심에서 산다. 어떤 이는 채식 식당을 운영하고 어떤 이는 마을에서 일자리를 얻었다. 무엇보다 큰 성과는 자립이다. 3년간 진행된 행정안전부의 ‘청년마을 만들기 지원사업’이 끝난 뒤에도 홀로 성장한 것이다. 청년 대상 여행 프로그램은 다양한 연령층으로 대상층이 넓어졌다. 프로그램도 다양하다. 마을 지역 청년들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원도심 투어, 야경 투어, 하루 섬 여행 등을 운영한다.
괜찮아마을의 홍동우 대표는 마을을 키우면서 가족을 이뤘다. “목포에 처음 온 날 갔던 식당 주인의 따님과 결혼”했고 “한달이 된 아이”가 있다. 1인 가구에서 3인 가구로 변화하며 그는 다른 삶을 생각하게 했다. 그가 사는 만호동은 원도심인데 해마다 인구가 200명씩 줄고 있단다. 집 주변에 유치원이 없어지고 초등학교는 통폐합되었다. 앞으로 아이가 크면 보낼 교육시설이 없어진 것이다. 이제 그는 아이와 함께 지속가능한 지역의 삶을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한다.
괜찮아마을이 있는 곳은 목포의 원도심이다. 용당1·2동, 연동, 산정동, 연산동 등 총 19개 동이 해당하고, 면적은 31.07㎢, 15만7584명(3월 말 기준)이 살고 있다. 3년 전과 비교해 8463명이 줄었다. 여느 원도심처럼 이곳도 인구와 가구 수가 해마다 줄어 원도심 공동화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런 위기감 속에 목포시는 원도심 기능을 되살리고 상권을 회복하려고 2006년 1월 ‘원도심 활성화 지원조례'를 제정했다. 그런데도 원도심의 쇠퇴는 심각해지고 있다.
수도권 집중화로 지역 소멸 위기감이 커지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지역의 원도심은 신도심으로 인구가 빠져나가면서 더욱 소멸의 늪에 빠지고 있다. 지역 불균형의 문제에 대해 생태환경운동가 헬레나 노르베리호지는 <로컬의 미래>에서, ‘다양성’과 ‘관계’를 기본 원칙으로 삼고 ‘지역화’의 길로 가는 데 답이 있다고 말한다. 이 원칙을 지킬 때 경쟁과 개인주의를 강요하는 ‘세계화’에 맞설 수 있고, 파괴된 자연과 공동체가 회복되고, 그 안에서 문화, 기업, 개인이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로컬의 미래’를 만드는 것은 비어가는 원도심에서도 가능한 일이다. 괜찮아마을을 운영하는 청년들, 그 마을을 거쳐 간 청년들, 다른 원도심에서 청년마을을 꾸리는 이들. 그들에게 원도심은 ‘미래 실험의 공간’이다. 그들은 지금, 지역에서 ‘로컬의 미래’를 만들고 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 그래야만 가능한 미래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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