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토류(稀土類)의 첫번째 역설은 ‘희귀한 흙’이라는 이름과 달리 부존량이 아주 적지는 않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최근 중국이 수출금지·제한 기술 목록에 포함한 영구자석의 원료 네오디뮴(Nd)은 지각에 약 38ppm 존재하는데, 구리(70ppm)나 아연(76ppm)보다는 적지만 코발트(29ppm), 납(13ppm), 주석(2ppm)보다는 많다. 지각에서의 존재 비율은 0.0038%로, 100개가 넘는 원소 중 27번째로 많은 양이다.
희토류는 원자번호 57번부터 71번에 속하는 란타넘(La) 계열의 15개 원소에 21번인 스칸듐(Sc)과 39번인 이트륨(Y)을 더한 17개의 원소 무리를 일컫는데, 대부분 은보다 흔하고 납보다 매장량이 많다. 그런데 농축된 광물의 형태가 아니라 원소로 흩어져 있다. 예를 들어 란타넘과 디스프로슘(Dy)은 그리스어로 각각 숨어 있다, 도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채굴해서 농축하더라도 분리가 어려워 여러번 정제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라듐이나 우라늄 같은 방사성 물질이 나온다. 화학 약품을 많이 쓰기 때문에 환경 오염도 심각하다. 여기서 희토류의 두번째 역설이 등장한다. 희토류는 생산 과정이 엄청나게 반환경적이지만, 전기자동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물론이고, 풍력발전 터빈이나 태양광 패널 등 재생에너지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세계 1위 희토류 생산국이었던 미국이 1990년대 들어 중국에 자리를 내준 배경의 하나가 방사능과 환경 오염이었다. 중국은 느슨한 환경 규제와 저가 공세로 순식간에 세계 시장을 석권했다. 한때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50%를 차지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마운틴패스 광산은 경영난과 환경 문제로 2002년 문을 닫았다. 거의 모든 첨단제품과 전투기 등에 들어가는 희토류를 중국에 의존하는 게 불안했던 미국 정부는 2008년 몰리코프라는 회사가 마운틴패스를 인수하자 보조금을 주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2015년 또 파산하고 말았다. 지금은 엠피(MP)머티리얼스라는 헤지펀드 컨소시엄이 운영 중인데, 희토류를 제품화하는 핵심 기술이 없어 마지막 공정은 여전히 중국과 일본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이 ‘첨단산업의 쌀’이라는 반도체로 중국을 쳤더니 중국은 ‘첨단산업의 비타민’이라는 희토류로 반격을 시작했다. 희토류의 세번째 역설이다.
이재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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