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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챗지피티 시대, 궁극의 생존기술은? [유레카]

등록 2023-03-27 22:15수정 2023-03-28 02:37

대화형 인공지능 ‘챗지피티’(ChatGPT)에 대한 경탄과 불안이 번지고 있다. 챗지피티로부터 안전해 보이는 직업이 없는 까닭이다. 한편 ‘프롬프트 엔지니어’라는 신종 직업도 주목받고 있다. ‘프롬프트’(prompt)는 컴퓨터가 명령어를 받아들일 준비 상태라는 것을 알려주는 입력 라인의 깜빡거림 상태를 말한다. 프롬프트에 적절한 질문을 던져 챗지피티로부터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내는 게 ‘프롬프트 엔지니어’의 업무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지난 21일 블로그에 “인공지능 시대가 열렸다”는 글을 올려 챗지피티가 그래픽사용자환경(GUI)만큼 혁명적인 기술이라고 주장했다. 오늘날 정보화 혁명은 소수 전문가들의 도구였던 컴퓨터를 만인의 도구로 만든 그래픽사용자환경 덕분이다. 프로그램 명령어를 몰라도 아이콘을 눌러 누구나 컴퓨터를 이용하게 됐고, 쉽고 직관적인 기기 조작법은 스마트폰 혁명의 기술적 배경으로 이어졌다. 챗지피티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응용프로그램도구(API)와 플러그인이 쏟아지면서 인공지능 혁명이 본격화하고 있다. 가장 인기 있는 새로운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챗지피티 충격은 인간 고유의 지적 도구인 언어를 기술 조작법으로 삼은 데 기인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지난 24일 <뉴욕 타임스> 기고에서 “태초에 말씀이 있었듯, 언어는 인간 문화의 운영체제”라며 언어에서 신화와 법, 국가, 예술과 과학, 돈, 컴퓨터 코드가 나온다고 말했다. 인공지능이 거대언어모델 학습을 통해 언어의 달인이 됐다는 것은 기기 조작 수단의 차원을 뛰어넘는다. “인공지능의 새로운 언어 숙달은 이제 문명의 운영체제를 해킹하고 조작할 수 있음을 뜻한다”는 게 하라리의 경고다.

“언어는 존재의 집”이라는 말처럼, 사람은 언어로 만든 세계에서 살아가는데 기계가 그 능력을 갖게 된 것은 소수의 빅테크 기업과 전문가들의 영향력이 전에 없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오늘날 허위정보와 인공지능 환각의 문제는 금세 유효성이 사라질 코딩과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역량보다 중요한 게 있다는 걸 알려준다. 그럴듯해 보이는 말과 글에서 의도와 사실성 여부를 가려내는 능력이다. 인공지능 시대에서 비판적 사고력과 문해력은 궁극의 생존기술이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장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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